[반도체 수출 쇼크] 전체 매출서 메모리 비중이 95% 재고 쌓이고 가격 떨어져 실적 타격 “中봉쇄해제 등에 하반기 회복 예상”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10∼12월) 1조7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10년 만의 분기 적자다. SK하이닉스는 경기 영향에 민감한 메모리반도체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가 4분기 대규모 적자를 낸 것은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매출의 약 95%는 메모리반도체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스마트폰, PC 등 정보기술(IT) 기기 관련 수요가 대폭 줄며 메모리 재고가 쌓였고, 가격도 급격히 낮아졌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81달러로 전달보다 18.1% 하락했다. 지난해 1월(3.41달러)과 비교하면 절반가량으로 떨어진 셈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4분기 반도체 기업 실적은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메모리 부문에서 타격이 컸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올 하반기부터 메모리 시장이 반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1분기(1∼3월) 중 업계 재고 수준이 정점을 기록한 뒤 점진적으로 낮아지면서 하반기 수급 상황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올 1월 인텔이 신형 중앙처리장치(CPU) 사파이어래피즈를 출시하고, 중국의 팬데믹 봉쇄 해제 이후 경기 회복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반도체 시장이 반등하더라도 올해 투자 규모를 50% 이상 줄이기로 한 SK하이닉스가 호황의 과실을 극대화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인수한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솔리다임) 등이 부진하면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는 “메모리는 호황 국면일 때 수익을 끌어모아야 침체 국면의 손실을 메우고, 투자 여력을 되살릴 수 있다”며 “인위적 감산 없이 버티는 삼성전자에 비해 투자를 줄인 SK하이닉스는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투자가 감소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