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한파]서울 택시 기본요금 인상 첫날 심야할증 인상 두달만에 또 올라 시민들 “버스-카풀 이용 늘릴 것” 택시기사 “승객 더 줄어들까 걱정”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1일부터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26.3%) 올랐다. 인상 첫날 서울역 앞에서 승객을 기다리던 택시 뒷좌석에 요금 인상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올해로 택시 운전한 지 15년째인데 이런 날은 처음이에요. 서울역 앞에서 2시간 넘게 손님을 한 명도 못 태웠어요.”
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앞 택시 승강장 앞에서 승객을 기다리던 택시 기사 노모 씨(71)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하소연했다. 승강장에서 염천교까지 약 500m에 이르는 도로에 빈 택시 50대 이상이 줄지어 서 있었다. 노 씨는 “빈 택시 줄이 이렇게 늘어선 걸 보는 것도 오랜만”이라고 했다.
●“웬만해선 택시 못 타겠다”
최근 고물가와 난방비 폭탄 등에 시달리던 승객들은 요금 인상이 현실화되면서 생각보다 많은 요금이 나오자 당황하는 표정이었다.근무 스케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심야택시를 이용했던 승객들의 부담은 더 커졌다. 지난해 12월부터 할증률이 20%에서 20∼40%로 오른 데다 이번 기본요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오후 11시∼오전 2시 구간의 경우 기본요금이 6700원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경기 성남시에서 서울 송파구로 출근하는 제빵사 박모 씨(27)는 “영업 준비를 하려면 새벽 4시까지 나가야 해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탄다”며 “지금도 한 달 생활비 30% 가까이가 택시비로 나가는데 더 요금이 오른다니 막막하다”고 했다.
매주 2번씩 야근 후 서울 송파구에서 경기 남양주시로 택시를 타고 귀가한다는 프리랜서 디자이너 정다연 씨(25·여)는 “앞으론 야근한 날에는 24시간 카페에서 시간을 때우다 오전 4시경 운행을 시작하는 시내버스를 이용할 생각”이라며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탈 때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카풀’을 구하고 요금을 나눠 내려 한다”고 말했다.
서울에 이어 경기도와 인천시도 이르면 다음 달부터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1000원씩 인상할 방침이어서 수도권 주민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광역지자체들은 그동안 택시요금을 함께 조정해 왔다.
●기대와 우려 교차하는 택시업계
택시 기사들은 지난해 12월 심야할증 요금 조정 후 승객이 줄었는데 기본요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승객이 더 줄어들까 싶어 걱정하는 분위기다.다만 일부 개인택시 기사는 물가가 오른 만큼 요금도 올라야 한다며 요금 인상을 반기기도 했다. 개인택시 기사 김모 씨(73)는 “2, 3개월이면 승객도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겠느냐”며 “그동안 시간당 1만 원 벌기도 어려웠는데 앞으론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