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한파] 지출 줄이면서 골프 인기도 꺾여 자영업자-소상공인 어려움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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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어학원 거리에 위치한 A어학원 카페엔 손님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기존에는 수업 전후로 영어 단어를 외우거나 원어민 강사와 교류하는 수강생들로 북적이던 곳이다. 80여 명 규모의 자습실에도 서너 명뿐이었다. 어학원 관계자는 “원래 1, 2월은 자기계발 수요가 높은 데다 겨울방학까지 겹쳐 수강생이 많이 느는데 올해는 발길이 뚝 끊겼다”며 “학생이 없어 카페 문 닫는 시간도 오후 10시에서 오후 4시로 당겼다”고 했다.
고물가 여파에 자기계발 분야의 ‘신년 특수’가 사라지고 있다. 연초는 자기계발에 과감히 투자하는 이들이 많아 어학원이나 헬스장 등에 대목이지만 소비 한파에 허리띠를 졸라맨 소비자들이 자기계발비부터 삭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헬스장은 통상 1, 2월 신규 문의가 제일 많지만 올해 등록률은 예년의 반 토막도 안 된다. 서울 용산구의 B헬스장 사장은 “경기 침체에 사람들이 꼭 안 해도 지장 없는 것부터 줄인다”며 “금리 인상 여파로 무이자 할부 기간이 단축된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운영난으로 최근 샤워실 없이 오픈하는 헬스장도 생겼다. 세탁비가 월 100만∼300만 원씩 드는 게 큰 부담이어서다. 다른 헬스장 관계자는 “회원은 줄었는데 전기료, 수도요금, 가스요금, 아르바이트생 인건비, 건물 임차료 등 고정비는 전년 대비 10%는 더 오를 것으로 전망돼 걱정”이라고 말했다.
연초 활기찼던 학원가 분위기도 예년과 다르다. 직장인 정모 씨(30)는 영어 회화 학원을 알아보다가 주 1회 수업에 월 24만 원인 학원비가 부담돼 포기했다. 4회 30만 원짜리 기타 개인레슨을 받아온 김모 씨(35)는 “올해 가스요금이 20% 올랐는데 매달 30만 원씩 여가에 지출하는 게 부담스러워서 레슨 주기를 2주에 1회로 바꿨다”고 말했다.
여윳돈 투자가 필요한 자기계발 분야 지출을 먼저 삭감하는 이들이 늘면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올해 2월 소상공인 전망 경기지수 역시 72.5로 전월 대비 5.3포인트 떨어져 두 달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이 지수가 100을 밑돌수록 경기 악화를 전망하는 소상공인이 많다는 뜻이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