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미국 앨라배마 공장은 1시간당 68대 정도를 생산한다. 하지만 현대차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울산공장은 45대 정도에 불과하다. 한국 내 공장의 생산성이 미국의 3분의 2 수준인 것이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노조와의 합의가 반드시 필요한 단체협약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이러한 낮은 노동생산성과 느린 규제개선 속도가 향후 경제성장률을 회복하는 데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반도체, 전기차, 인공지능(AI) 등 첨단 분야에서 경쟁하는 미국, 일본 등 해외 선진국 대비 경영 환경이 월등히 떨어지고 있어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일 ‘총요소생산성 현황과 경쟁력 비교’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집계한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2021년 기준 시간 당 42.9달러였다. 미국(74.8달러)을 포함한 독일(68.3달러), 프랑스(66.7달러), 영국(59.1달러), 일본(47.3달러) 등 주요국(G5) 평균인 63.2달러의 67.9%에 불과한 수치다. 이는 근로시간 당 국내총생산(GDP) 창출분을 측정한 것이다.
G5 국가들과 비교하면 인재 경쟁력도 높다고 할 수 없다. 프랑스 인시아드(INSEAD)에서 매년 발표하는 ‘인재경쟁력 지수’에서 한국은 지난해 133개국 중 27위를 기록했다. 미국(4위), 영국(10위), 독일(14위), 프랑스(19위), 일본(24위)보다 낮았다. 인재 양성, 해외 인재 유치 등 인재 확보 역량은 물론이고 보유하고 있는 인재의 수준을 분석한 결과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미국 등 해외 선진국은 4차 산업혁명 변화에 맞춰 재빠르게 변화하는데 한국은 유연성이 떨어지다 보니 인력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인재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 정책과 직결되는 ‘규제환경’ 측면에서도 한국은 민간 경제활동 촉진을 위한 정부 지원이 원활하지 못한 실정이다. 세계은행에서 집계한 2021년 규제개혁 지수는 G5 평균이 1.43인데 한국은 1.10에 그쳤다. 2.5점에 가까울수록 정부의 규제개혁이 적극적이라는 뜻인데 한국은 소극적이라는 의미다.
낮은 노동효율성과 과도한 규제는 혁신성 저하로 이어졌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혁신성과 지수’는 48.4로 G5 평균인 61.1을 밑돌았다. 일본이 88.1로 한국의 1.8배였다. 연구개발(R&D)비 투입 대비 특허 수와 같은 실질적인 성과가 크게 떨어진 결과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한국 경제는 노동·자본의 양적 투입을 통한 성장에 일정한 한계가 존재하는 만큼, 총요소생산성 향상을 통한 성장잠재력 확충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