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 방지대책] 집값 100%서 90%로 보증 기준 강화… 3억 빌라, 전세 2억8500만원 세입자 연장땐 ‘2억7000만원+월세’ 돌려야 안심앱 통해 전세가율 등 안내 추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앞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오른쪽부터)이 2일 오전 전세사기 방지 대책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5월부터 전세 가격이 매매 가격에 육박하는 ‘깡통전세’ 주택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험 가입이 금지된다. 전세사기꾼이 자신의 돈은 거의 안 들이고 주택 수백 채, 수천 채를 사들인 뒤 전세금을 떼먹는 사기에 악용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안심전세앱’을 통해 빌라 시세와 전세가율 등을 알려 세입자가 깡통전세를 피할 수 있도록 하고 악성 임대인 공개도 추진한다.
국토교통부는 2일 관계 부처 합동으로 이런 내용의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대책의 핵심은 HUG의 전세금 반환보증 보험 가입 기준을 현재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100%에서 90% 이하로 강화하는 것이다. 매매가 3억 원 빌라에 전세 2억8500만 원(전세가율 95%)으로 거주하던 세입자라면 앞으로 보증 가입이 거절될 수 있다는 의미다. 보증금을 2억7000만 원(전세가율 90%)으로 낮추고, 나머지는 월세로 돌려야 보증보험 갱신이 가능해진다. 신규 계약은 5월부터, 갱신 계약은 내년 1월부터 적용된다.
또 전세사기 피해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경매로 해당 주택을 낙찰받은 경우 무주택자 요건을 유지해 청약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할 계획이다. 등록임대사업자는 임대사업자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2021년 8월부터 임대사업자 보험 가입이 의무화됐지만 현장에선 의무 가입 대상자라며 세입자를 안심시킨 뒤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례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대책으로 기존에 깡통주택에 거주했던 세입자들은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전환해야 해 주거비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자 24만 명의 25%인 6만 명이 전세가율 90% 이상인 깡통주택에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세사기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악성 임대인 여부와 체납 세금 유무 역시 현재는 사실상 제공이 불가능하다.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임대인 동의 없이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해 7월까지 세입자가 안심전세앱에서 해당 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강제력을 부여하려면 주택도시기금법(보증사고 이력)과 주택임대차보호법(세금체납 정보) 등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