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인상… 작년보다 25% 급등 난방비 폭탄 이어 서민 부담 가중 공공요금 상승에 1월 물가 5.2%⬆
지난달 31일 서울시내 한 오피스텔 우편함에 관리비 고지서가 끼워져 있다. 최근 난방비, 전기료 등 공공요금이 크게 오르면서 1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5.2% 올라 3개월 만에 상승 폭이 확대됐다. 지난달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28.3% 급등했다. 뉴스1
서울 강서구 아파트에 사는 김모 씨는 지난달 전기, 가스요금을 합친 관리비 고지서의 앞자리가 바뀌었다. 지난해 1월 19만2000원에서 올 초 29만6000원으로 뛴 것. 이 중 난방비가 같은 기간 15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66.7% 급등했다. 전기요금은 4만2000원에서 4만6000원으로 9.5% 올랐다. 김 씨는 “올 1월부터 kWh(킬로와트시)당 전기요금이 10% 가까이 오른다는 관리사무소 공지를 퇴근길에 보고서 잠이 안 오더라”라고 말했다.
지난달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1년 전보다 28.3% 급등해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따라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0.11(2020년=100)로 지난해보다 5.2% 올랐다. 전달에 비해 상승 폭이 0.2%포인트 확대된 것이다.
전기-가스-수도요금 사상 최대 28% 올라… 1월 물가 5.2% 상승
경유 16%-등유 38% 상승폭 커
빵 15%-커피 18% 생필품도 껑충
상반기 버스-택시료 등 인상 대기
“1분기 5%대 고물가 이어질 것”
지난해 7월을 정점으로 상승 폭이 줄던 소비자물가가 지난달 상승세로 돌아선 데에는 공공요금 인상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에너지 수입가격 급등에 따른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전체 물가를 끌어올린 것. 올 상반기(1∼6월) 버스, 택시료 등 기타 공공요금이 줄줄이 오를 예정이어서 정부는 적어도 1분기(1∼3월)까지는 5%대의 고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물가 상승의 주범은 공공요금이었다. 특히 전기요금은 올 1월에만 지난해 연간 인상 폭(19.3원)의 약 70%(13.1원)가 한꺼번에 올랐다. 도시가스는 1년 전보다 36.2%, 지역난방비는 34.0% 각각 뛰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전기·가스·수도 가격은 지난해보다 28.3% 올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물가 상승률에서 전기·가스·수도의 기여도는 지난해 7월 0.49%포인트에서 지난달 0.94%포인트로 높아졌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의 약 5분의 1을 전기·가스·수도 가격이 끌어올린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물가지수를 구성하는 458개 품목 중 389개(85%)가 지난해보다 올랐다. 이 중 공업제품은 6.0% 올랐다. 특히 경유(15.6%)와 등유(37.7%)의 상승 폭이 두드러졌다.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로 항공 수요 등이 많아진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7∼12월) 국제유가 하락 여파로 휘발유 물가는 4.3% 내렸다.
생계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가공식품도 10.3% 올라 전달과 상승률이 같았다. 이는 2009년 4월(11.1%)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빵(14.8%), 스낵과자(14.0%), 커피(17.5%) 등 생필품에 해당하는 품목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 농축수산물은 1.1% 상승에 그쳤다. 이 중 농산물은 0.2% 하락해 전달(―1.6%)에 이어 감소세였다. 하지만 채소류는 한파의 영향 등으로 5.5% 올랐다. 오이(25.8%)와 파(22.8%), 양파(33.0%) 등의 상승률이 특히 높았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 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에 비해 6.1% 올라 전달(5.7%)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식품, 외식 가격이 오른 데다 설 성수기 수요가 집중되며 가격 상승 폭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농산물과 에너지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해 전반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도 5.0% 올라 전달(4.8%)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이는 2009년 5월(5.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5% 안팎의 고물가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앞으로도 공공요금 인상이 대기하고 있고 물가 상방 압력이 여전히 높다”며 “올 1분기를 서서히 지나면 아마 4%대 물가 상승률을 보게 될 것이고 하반기에는 3%대 물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