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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상공 휘저은 中 ‘스파이 풍선’에 美 F22전투기 출격…핵 격납고 정찰?

입력 | 2023-02-03 10:58:00

2일(현지시간) 미 몬태나주 빌링스의 높은 상공에 풍선이 떠 있다. 미 국방부는 미 영공에서 버스 3대 크기의 중국의 고고도 감시용 풍선이 발견돼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이 풍선은 핵미사일 격납고가 있는 몬태나주 상공에서 관측됐으며 지상의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어 격추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사진 속 풍선이 해당 풍선인지는 확인해 주지 않았다. AP/뉴시스


미국 국방부가 자국 상공에서 중국 소유로 추정되는 정찰기구를 발견했다고 2일(현지시간) 밝혔다.

CNN 등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며칠 전 미국 본토 상공에서 고고도 감시 기구를 감지해 추적 중이다. 민간 여객기들의 항로보다는 훨씬 높은 곳에 있어 위협이 되진 않는다”고 밝혔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해당 정찰기구가 중국의 고고도 기구라는 매우 높은 확신이 있다며, 정보 수집을 위해 민감한 지역 상공을 날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풍선 모양의 기구는 지난 1일 몬태나주 상공에서 발견됐다. 몬태나주에는 미국의 3개 핵미사일 격납고 중 하나인 맘스트롬 공군기지가 위치해 있다. 해당 기지 지하 격납고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이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미군 고위 지도자들은 몬태나주 상공에서 기구를 격추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인근 공항을 폐쇄하고 F-22 전투기 등 군 자산을 동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파편으로 인한 지상 피해가 우려돼 격추 계획을 접었다고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안이 즉각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고됐다고도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격추 등 군사 옵션을 물었지만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민간 피해 등을 우려해 기구에 물리적 공격을 가하지 말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고 한다.

현재 필리핀을 방문 중인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도 현지에서 고위급 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정찰기구의 비행경로를 보면 여러 민감한 위치를 통과하지만, 현재 정보 수집 관점에서 해당 기구의 가치는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구가 아직도 미국 본토 상공에 있지만 정확한 위치는 밝힐 수 없다”며 “외국의 민감한 정보 수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찰기구의 미 본토 침투 사례는 이전 행정부를 포함해 지난 몇 년간 여러 번 있었다”면서도 “이번 정찰기구의 경우 과거보다 더 오래 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관리들은 중국 측에 이 문제를 제기했다. 익명의 한 관계자는 “그들에게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국무부가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의 고위 관리를 초치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중국 정찰기구의 미 본토 상공 침투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불거져 그의 방중에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