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와 생활고에 시달리던 70대와 40대 모녀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모녀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었고 월세와 공과금도 밀리지 않고 납부해왔는데 이 때문에 ‘복지 사각지대’에 놓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성남중원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오전 11시 반경 경기 성남시의 한 다가구주택 주인으로부터 “1층에 사는 모녀가 며칠 동안 인기척도 없고 전화도 안 받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과 119구급대가 출동해 강제로 문을 열고 진입했는데 방에선 70대 여성 A 씨와 40대 딸 B 씨가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집에선 A4용지 2장 분량의 유서도 발견됐다. 유서에는 “장사하면서 빚이 많아졌다, 폐를 끼쳐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보증금으로 (밀린) 월세를 처리해 달라”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모녀는 59.4m²(약 18평) 크기의 집에서 보증금 500만 원, 월세 50만 원에 거주했다고 한다. 성남시에 따르면 모녀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등록돼 있지 않았다. 다만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저소득 한부모 가정’으로 분류돼 성남시로부터 매달 25만 원가량을 받았다. 성남시 관계자는 “40대 여성에게 딸이 있는데 올해 만 19세가 되면서 한부모 가정 지원이 중단됐다”며 “전기요금 등 공과금을 체납한 기록도 없다”고 했다. 인근 주민은 “의류 장사를 하는 40대 딸의 소득이 일정하지 않아 대출을 받아 생활했는데 갈수록 늘어나는 빚과 계속 올라가는 금리 때문에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정부는 2014년 이른바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공과금 등을 3개월 이상 연체하면 관할 시군구에 통보하고 있다. 하지만 모녀는 ‘저소득 가정’으로 분류되고 빚에 시달렸지만 공과금 등을 성실히 납부한 탓에 복지 사각지대에 놓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성남=이경진 기자 lk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