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정급 맡던 112 상황팀장 등 배치 내부선 “보복성 좌천” 비판 쏟아져 검경 수사권조정팀도 사실상 폐지 경찰청 “복수직급제 도입영향” 해명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마련된 행정안전부 경찰국 모습. 뉴스1
한 경찰 간부는 3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날(2일) 단행된 총경급 인사에 대해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설치를 반대한 간부들이 대거 좌천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지난해 7월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총경회의)’에 참석한 총경 상당수가 ‘한직’으로 발령나면서 경찰 내부 게시판에 “보복성 좌천 인사”라는 비판글이 연달아 올라오고 있다.
●“경찰국 반대 총경 112상황실로 대거 이동”
기존에 한 계급 낮은 경정이 주로 맡던 시도경찰청 112상황실 상황팀장으로 전보된 총경이 9명이나 된다. 특히 지난해 8월 경기 의정부경찰서장 발령을 받았던 이병우 총경은 6개월 만에 충북청 112상황실 상황팀장으로 옮기게 됐다. 한 경찰은 경찰 내부망 게시판에 “경위급 이하도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6개월 만에 인사이동을 하진 않는다”며 “서장을 6개월 만에 (상황팀장으로) 발령한 것은 이해가 안 된다”는 글을 남겼다. 이 총경은 지난해 7월 총경회의 참석자다.
이에 대해 경찰청 측 관계자는 “지난해 말 승진 적체 해소를 위해 복수직급제가 도입되며 기존에 경정급이 맡던 직책을 총경도 맡을 수 있게 됐다”며 “일부 총경의 112상황실 발령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부서도 폐지 수순
전날 인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부터 경찰청 내부 게시판에는 비판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한 경찰관은 “인사의 기준과 원칙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 경찰청장이 법대로 인사권을 행사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인사 발령은 공포스럽다”, “우수 인재는 모두 112상황실, 교육기관에 모였다”는 반응도 나왔다.
총경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은 지난해 12월 정직 3개월 중징계를 받은 터라 이번 인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번 인사에선 검경 수사권 조정을 이끌었던 수사구조개혁팀이 ‘과(課)’ 단위 조직에서 ‘계(係)’ 단위 조직으로 축소되며 사실상 폐지 수순에 들어갔다. 이은애 수사구조개혁팀장은 경찰인재원 교육행정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기는데 이 역시 주로 경정급이 맡던 자리다. 이 팀장도 지난해 7월 총경 회의 참석자다. 한 경찰관은 “결국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으로 가겠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된 인사 조치로 보인다”고 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