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이 산업 생태계 바꾸고, 해수면 상승땐 부동산에 혼란 기후문제, 추상적 담론 아닌 눈앞에 닥친 생존문제로 봐야 ◇기후위기 부의 대전환/홍종호 지음/331쪽·2만 원·다산북스 ◇기후 피해 세대를 넘어 기후 기회 세대로/이재형 지음/367쪽·1만8000원·퍼블리온
지난해 11월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열린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한 환경단체 회원이 기후변화 취약국의 손실과 피해 비용을 선진국이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로 손바닥에 적은 ‘pay’(지불하라)라는 글자를 내보이고 있다. 샤름엘셰이크=AP 뉴시스
엉뚱한 이야기 하나. 2005년 7월 서울시 한강공원사업소는 생태계 교란종인 붉은귀거북(일명 청거북)을 잡아 오는 시민에게 마리당 5000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이 행사는 ‘붉은귀거북의 씨가 말랐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효과가 좋았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시민들이 너무 많이 잡아 오는 바람에 예산이 금방 동났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지자 한강에는 다시 붉은귀거북이 출몰했다.
환경 파괴로 인한 기후 위기가 아무리 심각하다고 해도 모두가 관심을 갖고 노력하면 극복하지 못할 리가 없다. 관건은 기후 위기를 어떻게 우리 모두의 관심사로 만들 수 있느냐다. 석유시추선 앞에서 시위하고, 삶의 터전이 파괴되는 북극곰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후 위기가 당장 집값과 일자리, 주식, 교육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안다면 관심은 배가될 것이다.
그렇다고 비관할 필요는 없다. 저자들은 한목소리로 미래를 살리는 길이 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기후정책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들며,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후 위기는 분명 심각하지만 읽고 나서 걱정이나 공포보다 ‘아직은 할 수 있어’라는 희망이 드는 건 그런 까닭일 것이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