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입힌 커피로봇 개발한 ‘엑스와이지’ 퇴직후 카페 창업한 황성재 대표… 구인난 고민끝 커피로봇 개발 나서 정교한 손 동작-위험회피는 물론… 호객용 춤 추는 감성기술 큰 인기 배달-아이스크림로봇까지 개발… 올부터 일반판매-해외진출 추진
황성재 엑스와이지 대표이사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드립 커피 서비스 로봇의 커피 제조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물의 온도, 물을 붓는 방식 등에 따라 커피의 맛을 달리하는 6가지 방식이 있다. 제조 방식은 클라우드에서 각 매장의 로봇으로 온라인으로 전달된다. 새로운 메뉴를 추가하기 용이하다. 엑스와이지 제공
‘엑스와이지(XYZ·대표이사 황성재)’는 로봇팔로 커피를 제공하는 사업을 2019년에 시작한 스타트업이다. 드립커피를 로봇으로 만들어 제공했는데, 세상 어디에도 없는 시도였다. 서울 성수동에 첫 매장을 낸 이후 자회사 ‘라운지엑스’를 통해 사람과 협업하는 매장(회사명과 같은 ‘라운지엑스’를 브랜드로 사용)과 로봇으로만 운영하는 매장(엑스익스프레소)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마포와 경기 용인 에버랜드, 세종, 대전, 제주 등 8곳에서 운영 중이다.
엑스와이지의 커피 로봇을 처음 본다면 물 흐르듯 능숙한 놀림으로 커피를 제공하는 동작에 신기한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이내 ‘사람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작업을 굳이 로봇으로 하는 것은 경제적 낭비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인다. 사람이 컵을 놓고, 추출이 끝나면 가져가기만 하는 되는 편의점 커피와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비슷해 보이기 때문이다. 미래 지향적인 분위기, 고급스럽고 세련된 느낌, 사람의 눈길을 끄는 화려한 움직임, 커피 외에 다른 식음료를 다룰 수 있는 확장성 등은 차별적 요소다.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 엑스와이지 본사에서 만난 황 대표는 무인 로봇 카페가 고급 자판기와 같다는 질문에 “사람들의 호감을 얻을 수 있는 그 ‘고급의 요소’들이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그와의 인터뷰는 당초 예상의 2배인 3시간이 걸렸다. 그는 로봇으로 인해 만들어질 새로운 시장에서 기회를 잡기 위해 자신이 오랫동안 다듬었을 것이 분명해 보이는 생각들을 들려줬다.
●미처 몰랐던 카페 일의 애로
그는 공동 창업한 인공지능 회사 ‘플런티’ 가 2017년 삼성전자에 매각이 되면서 성공적인 엑시트를 한 경험이 있다. 이후 카페를 차려 유유자적한 삶을 꿈꿨다. 하지만 카페를 차리고 나서야 카페 운영에는 생각보다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적절한 아르바이트 인력을 구하고 붙잡아 두는 것도 큰 어려움 중 하나였다.그는 자회사 카페가 작지만 벌써 이익을 내고 있다고 했다. 매장이 일반 카페에 비해 작고, 인건비를 줄일 수 있고, 24시간 운영이 가능해서다. 황 대표는 “국내 중형 카페 창업 비용은 평균 2억 원 중반 수준인데 라운지엑스에는 이보다 적게 들어간다. 매장 평균 매출은 작년에 월평균 4050만 원으로 국내 월평균 1640만 원보다 높았다. 커피 스테이션이 모듈화가 되어 있어 폐점 시 원상복구도 용이하다”고 했다.
드라이브스루 로봇 카페 모델도 개발해 3∼4개월 후 선보일 예정이다. 낮에는 사람이 근무를 하다가 밤에는 무인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라운지엑스 브랜드로 모두 직영할 예정이다.
●인간과 로봇을 이어줄 ‘잘 보이지 않는 기술들’
엑스와이지가 운영하는 로봇 카페에는 여느 로봇 카페와 달리 손님과 로봇 사이에 칸막이가 없다. 여기에는 로봇을 이용해 커피 사업만 하지 않겠다는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칸막이 없이 운영하려면 그만큼 안전해야 한다. 엑스와이지는 협동 로봇을 활용해 이 로봇이 생활 공간에서 인간과 더 친숙하게 지낼 수 있게 해주는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황 대표는 “지금까지 협동 로봇은 산업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일상 생활에 적합한 로봇의 움직임이나 사람들이 로봇을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감성 기술’ 개발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고 했다.
또 하나 중점을 두는 기술은 이른바 ‘감성 기술’이다. 엑스와이지의 로봇팔은 손님이 오면 잽싸게 다가와 인사를 하는 동작을 취하고, 커피를 만들다가 대기를 해야 하는 짧은 시간에는 리듬에 맞춰 아래위로 조금씩 바운싱을 한다. 멈춘 게 아니라 대기 중이라는 신호를 세련되게 보내는 것이다. 에버랜드 같은 곳에서는 매장 바깥을 지나는 손님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호객용 춤도 춘다. 황 대표는 매장의 음악에 맞춰 춤까지 출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할 계획이다. 사람과 교감할 수 있는 로봇의 특정 움직임들에도 높은 가치가 있다고 여기고 있다. 그는 “어느 회사보다 빨리 로봇으로 고객들과의 접점을 넓혔고, 그간의 경험을 통해 사람들이 로봇의 어떤 동작, 어떤 형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지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이 엑스와이지의 강점”이라고 했다. 엑스와이지는 로봇 카페를 로봇 기술 개발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있다. 또 카페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회사의 재무 상태에도 도움이 된다.
●빌딩을 활보하는 로봇 거쳐 사람에게 친숙한 가정용 로봇까지
올해 1월 미국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인 CES 2023에서 엑스와이지의 자율주행 배달 로봇 ‘스토리지’(왼쪽 아래)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스팟’을 피해 자율주행을 하고 있다. 엑스와이지와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자동차의 투자를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엑스와이지 제공
스토리지의 개발로 엑스와이지의 사업 영역은 카페라는 공간을 넘어 빌딩 전체로 확대됐다. 엑스와이지는 가정용 도우미 로봇까지 개발하는 꿈을 꾸고 있다. 로봇 카페에서 그리퍼의 기능 고도화에 집중하고, 감성 기술을 개발하고, 자율주행 기술을 갖추는 이유다. 가정용 도우미 로봇이라면 집 안의 어떤 물건도 집을 수 있어야 하고, 주인과 자연스럽게 교감할 수 있어야 하고, 집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당분간은 카페 로봇과 배달 로봇의 사업을 더 탄탄하게 다져야 하는 과제가 앞에 놓여 있다. 엑스와이지는 올해부터 카페 로봇, 아이스크림 로봇 등을 일반에 판매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또 올해부터 로봇 카페의 해외 진출도 추진한다. 시스템의 언어만 바꾸면 되는 정도여서 해외 유명 카페 회사를 통해 해외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황 대표는 “회사의 비전은 ‘로봇이 일하게 하고, 사람은 더 가치 있는 일을 하자’”라며 “사람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는 로봇에 관한 기술과 데이터를 최대로 축적해 이 비전의 실현을 앞당기고 싶다”고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