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행 풍수로 건강 챙겨”
‘마블 마운틴’으로 불리는 베트남 다낭의 오행산 전경. 목산, 화산, 토산, 금산, 수산 등 5개 봉우리로 구성돼 있다. 사진 출처 danangfantasticity.com
민망왕은 5개 봉우리들에다 오행설(五行說)에 근거해 목·화·토·금·수 다섯가지 이름을 붙였다. 화산(火山, Hoa Son), 수산(水山, Thuy Son), 목산(木山, Moc Son), 금산(金山, Kim Son), 토산(土山, Tho Son)이 그것이다.
오행산을 안내한 베트남 현지 관광 가이드는 이처럼 진귀한 산의 의미를 잘 모르는 듯했다. 중국 고전 소설 ‘서유기’에 등장하는 손오공이 난동을 부리다가 부처의 다섯 손가락을 가리키는 오행산에서 500년 동안 갇혔다는 얘기를 빌려와 이곳의 전설로 삼기에는 시대와 배경이 너무 달랐다.
○ 목산(木山)은 간에 좋고, 화산(火山)은 혈액 순환에 도움돼
우주를 구성하는 5가지 질료로도 해석되는 오행론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삶에서도 여전히 적용이 가능하고, 그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실용적인 이론이다. 베트남의 오행 산을 보면서 오행 풍수를 익혀 보자. 전통 풍수에서는 산을 그 생김새에 따라 목산·화산·토산·금산·수산 등 오행(五行) 산으로 분류하거나, 땅에서 감도는 기(氣) 에너지 자체를 오행으로 분류해 기의 성질이나 속성을 해석하기도 한다.
산의 생김새에 따라 오행 이름이 붙은 오행산. 안영배 기자
화산 및 금산(왼쪽)의 오른편에 보이는 토산은 실제로 목의 기운이 왕성한 목산이라고 할 수 있다. 안영배 기자
다낭의 화산은 삼각형 모양의 작은 산 두개를 합쳐서 부른다고 한다. 하나는 양(陽)화산, 다른 하나는 음(陰)화산으로 분류해 놓고 있다. 화기를 음기와 양기로 구분해놓은 것이 재미있다.
토산(土山)은 정상부가 수평으로 길게 늘어진 모양을 가리키는데, 한 일(一)자와 비슷하다고 해서 ‘일자문성(一字文星)’이라고도 부른다. 토산의 주 기운인 토기는 조화와 균형을 이룬 기운으로 보는데, 푸근히 감싸는 듯한 기운으로 다가온다. 토기(土氣)가 왕성한 토산에서는 제왕(帝王)이나 왕비가 배출되며, 풍요로운 삶을 상징하기도 한다.
다낭의 경우 목산으로 설정한 곳에서 바로 이런 토기가 느껴지기 때문에 토산으로 수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거꾸로 다낭에서 토산으로 설정된 봉우리는 오히려 목기가 강하므로 목산으로 보는 게 옳을 듯 싶다.
금산(金山)은 산사나 성당의 종처럼 생겼거나, 솥이나 바가지를 엎어 놓은 형태의 산을 말한다. 농사를 끝내고 노적가리를 쌓아놓은 듯하다고 해서 ‘노적봉(露積峰)’이라고도 부른다. 모양이나 이름에서 암시하듯이 금산은 재물과 부자를 배출한다고 본다. 금산의 주 기운인 금기(金氣)는 철모를 쓴 것처럼 수축하듯 조여드는 듯한 에너지 속성을 보이는데, 이 역시 재물이 빠져나가지 않고 차곡차곡 쌓임을 의미한다. 다낭의 금산이 바로 그러하다.
다낭의 수산은 오행산 중 가장 대표적인 산으로 정상에 3개의 봉우리들이 연이어 있는 게 특징이다. 국자처럼 생긴 북두칠성 7개 별 중 자루에 해당하는 3개의 별처럼 보인다고 해서 땀 타이(Tam Thai, 三台)라고 부르기도 한다. 관광객들은 주로 수산에 오르기 때문에 수산의 외형을 보기는 힘들다.
삼태사(三台寺)가 위치한 오행산의 수산. 수산에는 동굴속의 불상, 오래된 사원 등 베트남의 문화 유적이 집중적으로 배치돼 있다. 안영배 기자
대신 수산에는 후옌 콩(Huyen Khong)이란 동굴이 있는데, 예부터 이곳에서 두가지 특별한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하나는 분란이 생겼을 때 닭의 목을 잘라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맹세하는 제사로, 만일 거짓말을 하면 닭처럼 죽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고 한다. 다른 하나는 임신 못한 여자들이 신의 은혜를 비는 제사인데, 이곳 동굴 종유석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마시면 효험이 있다고 한다. 이 두가지 풍습은 지금은 사라졌다. 하지만 수산의 특징인 지혜와 자손 번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오행 기운은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음양오행기공’의 저자 양요한씨는 우리나라 산들 중 대표적인 오행 산을 소개해놓았다. 이에 의하면 가야산(경남 합천)은 목기가 왕성하고, 희양산(경북 문경)은 화기가, 계룡산(충남 공주)은 토기가, 금오산(경북 구미)은 금기가, 그리고 지리산은 수기가 많은 산으로 분류돼 있다.
이를 건강으로 도입시켜보면 재미있다. 간 기능이 약한 사람은 목기가 부족한 것이므로 해인사가 자리한 가야산자락에 오래 머물면 간 기능이 좋아진다고 한다. 해인사 팔만대장경이 지금까지 잘 보관돼오고 있는 것도 왕성한 가야산의 목기 덕분으로 해석하는 이도 있다.
마찬가지로 심장이 약한 사람은 화기가 부족하므로 희양산이 좋고, 비장과 위장 등 소화기 계통이 좋지 않은 사람은 토기가 부족하므로 계룡산이 좋고, 폐 기능이 약한 사람은 금기가 부족하므로 금오산이 좋고, 신장이나 방광이 약한 사람은 수기가 부족하므로 지리산이 좋다는 것이다. 수술 등 치료를 받은 사람들이 해당 장부에 좋은 기운이 있는 터를 골라요양한다면 회복 속도가 다른 이들보다 훨씬 빠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오행을 알면 자신에게 필요한 터를 찾아서 유용히 쓸 수 있다.
안영배기자 ojong@donga.com·풍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