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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보호, 출항 직후부터 기울어 “종종 물 샜는데, 이날도…”

입력 | 2023-02-05 20:15:00


김종욱 해양경찰청장이 5일 전남 신안군 어선 청보호 전복사고와 관련해 수중수색 현장을 지휘하고 있다. 2023.2.5 해양경찰청 제공

전남 신안군 해상에서 꽃게잡이 어선 청보호가 전복돼 선원 9명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경과 군은 해난구조전대(SSU) 등 특수요원들을 투입해 5일 밤 늦은 시간까지 수색을 이어갔지만 실종자를 찾진 못했다. 해경은 “지난 달 28일 출항 직후부터 배가 기울었다”는 생존 선원의 증언 등을 토대로 사고 원인을 규명할 방침이다.
● 선내 침수 5분 만에 뒤집힌 청보호


5일 전남 목포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17분 전남 신안군 임자면 대비치도 서쪽 16.6㎞ 해상에서 24t 근해통발 어선이 전복됐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신고한 청보호 선원은 “선박에 물이 차고 있다”, “12명이 탔는데 9명이 실종됐다”는 등 5차례 신고했다.

해경은 해상을 지나던 선박에 구조를 요청했고 9750t급 화물선 광양프론티어호가 오후 11시 50분 경 사고 현장에 도착해 유모 씨(48) 등 3명(한국인 2명, 인도네시아인 1명)을 구조했다. 이 배의 선장은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도착했더니 뒤집어진 배 바닥 위에 3명이 올라가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장 이모 씨(52)과 기관장 김모(65) 씨를 포함해 선원 9명(한국인 7명, 베트남인 2명)은 실종됐다. 해경에 따르면 사고 당시 구조된 3명은 배 앞 부분에 있었고, 기관장 김 씨 등 3명은 기관실에서 물을 빼내고 있었으며, 나머지 6명은 선미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 관계자는 “배가 선미부터 뒤집어졌는데 뒤 쪽에 실려 있던 3000여 개의 통발 때문에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해경은 청보호 선미에서 물이 새기 시작한 이후 5분여 만에 전복된 것으로 보고 있다. 생존 선원들은 “선장 이 씨가 “바닷물이 터졌다“고 말한 후 물이 급격하게 차올랐다”고 증언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비상 시 자동으로 펴지도록 설계된 구명보트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들었다”고 했다. 탑승자들은 구명조끼도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5일 해경 등 구조당국에 따르면 한 생존 선원은 “평소에도 배 오른쪽 엔진이 좋지 않았고, 기관실에 물이 종종 샜다. 사고 당일에도 물이 샜지만 양이 많지 않아 그냥 운행했다” 진술했다고 한다. 특히 사고 당일 전북 부안 격포항에서 출항한지 3시간 만에 선체가 기우는 등 이상징후가 감지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신안 어선 전복 사고. 광양프론티어호선장 제공

● 건조 1년 안 된 배…임시검사 3개월 만에 사고


청보호는 지난해 3월 진수된 신형 어선으로 길이 21.75m, 폭 5.18m다. 어선은 현행법에 따라 2년 6개월마다 중간검사, 5년마다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에 따르면 청보호는 검사 시기가 아니었지만 지난해 11월 임시검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관장 김 씨 가족은 “설연휴 때 선박을 육지로 올려 작업을 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이 때 이미 이상징후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고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기관실 배관 등 선체결함에 의한 누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지적한다. 청보호 엔진 4개 주변에는 냉각 효과를 위해 75~100mm 두께의 배관이 설치돼 있는데 이 배관이 선체 내부로 바닷물이 들어오는 거의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사고 당시에는 파도가 잔잔했고 바람도 세지 않았다고 한다.

조상래 울산대 조선해양공학부 명예교수는 “해수가 유입되는 밸브 부분에 문제가 있었다면 서서히 물이 들어와 선원들이 잘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경은 청보호가 바다에 가라앉지 않도록 부유시설을 설치하고 구조대원 15명을 투입해 5일 늦은 시간까지 선체 내부 수색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통발 등 어구와 어망이 시야를 방해해 성과를 내지 못했다. 또 선박 34척, 항공기 8대를 투입해 인근 해역을 수색했으나 역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해경을 중심으로 행정안전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 부처가 수색 및 구조 범위를 넓히는 등 총력을 다해 달라”고 지시했다.


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최원영 기자 o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