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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가격인하뒤… 전기차 생존게임 시작됐다

입력 | 2023-02-06 03:00:00

테슬라 최대 20% 인하에 직격탄
美 리비안 “전체 임직원 6% 감원”
루시드는 월가 투자의견 ‘비중축소’
전문가 “후발주자 옥석가리기 시작”




미국 전기차 회사 리비안은 최근 전체 임직원의 6%를 감원한다는 내용을 이메일로 공지했다. 지난해 7월에 이어 벌써 두 번째 인원 감축 결정이다. 2021년 11월 ‘제2 테슬라’로 불리며 뉴욕 나스닥에 상장해 한때 시가총액이 1000억 달러(약 125조1000억 원)를 넘었던 유망주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린 것이다.

4일(현지 시간) CNBC 등 외신은 포드가 리비안 지분 대부분을 매각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포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한 연례 재무 보고서를 통해 “이전에 사들인 리비안 오토모티브 지분 1억190만 주 중 9100만 주(89.3%)를 매각했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연간 생산 목표를 기존보다 절반으로 감축하는 등 경영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결정으로 CNBC 등은 풀이했다.

루시드와 리비안의 대표 모델인 루시드 에어(위쪽)와 R1T는 제2의 테슬라이자 테슬라 대항마로 성장할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받았던 모델이다. 경기 침체와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며 두 회사를 비롯한 후발 주자들이 생존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기업공개(IPO) 이전 리비안은 단 한 대의 차도 팔지 못한 상태에서 아마존(20%)과 포드(12%) 등으로부터 약 105억 달러를 투자받았다. 하지만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투자시장도 미래 가치보다는 실적을 우선 평가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여기에 글로벌 전기차 1위인 테슬라가 지난해 말부터 국가별로 최대 20%까지 가격을 인하하자 리비안과 같은 스타트업부터 직격탄을 맞기 시작했다. 3일 리비안 주가는 지난해 1월 최고점(86.3달러) 대비 76.9%가 떨어진 19.9달러에 마감했다.

전기차 시장의 또 다른 기대주였던 루시드는 지난달 미국 월가의 혹평을 받았다. 기술주 분석가로 유명한 애덤 조나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테슬라 가격 인하를 악재로 언급하면서 “경기 둔화에 직면한 루시드의 초고가 전기차가 어떻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1년 안에 루시드의 주가가 반 토막 이상 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며 투자의견으로 ‘비중 축소’를 제시했다.

이 밖에도 영국 상용 전기차 스타트업인 어라이벌이 최근 “직원 절반을 줄이겠다”라고 발표하는 등 후발주자 곳곳에서 위험신호가 감지된다. 수요 감소와 가격 경쟁이 필요해진 시점에 규모의 경제를 갖춘 곳과 그렇지 않은 곳 간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하는 데 테슬라의 가격 인하가 불씨를 댕긴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에 1차 진입장벽이 생기는 시기”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경쟁적 가격 인하 정책 참여를 놓고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테슬라는 가격 인하 정책에도 자동차 부문 운영 마진이 여전히 25%가 넘는다. 추가 인하 여력이 있다는 뜻이다. 포드는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사 전기차 모델 ‘머스탱 마하-E’ 가격을 최대 8.8%까지 낮췄다.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고서라도 경쟁 모델로 꼽히는 테슬라의 모델Y와 비슷한 가격대로 맞추겠다는 의도다. 포드는 지난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7.6%를 차지하며 단일 기업 기준 테슬라(65%)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반면, 제너럴모터스(GM)는 이달 초 “가격을 낮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테슬라가 주도하는 대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생존과 도태를 놓고 가격 인하 ○× 게임에 돌입한 것”이라며 “수요가 점차 줄어드는 시기에 대규모 공장 확보와 자금력 등 기초체력의 정도에 따라 생사가 결정나는 이런 상황이 올해 내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