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동아일보가 서울 종로3가에서 실시한 스티커 붙이기 여론조사의 한 장면. ‘국민연금 3년 늦게 받자’란 팻말에는 반대표가 많았지만 ‘손주들도 연금 받게’라는 문구를 더하자 ‘찬성’이 훨씬 많아졌다. 동아일보DB
보건복지부가 ‘만 65세 이상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 논란을 계기로 노인 연령 상향을 내부 검토하기로 했다. 당초 노인 무임승차 문제는 연간 수천억 원에 달하는 서울시와 광역시의 적자를 정부가 보전해달라는 요청에서 비롯됐다. 이에 여당이 근본적 해결책을 언급하고, 대구시도 만 70세로 올리는 걸 검토하겠다고 한 데 이어 복지부까지 나서면서 노인 연령 상향 논의로 커지고 있다.
최근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 대열에 합류해 고령화 속도가 더 빨라지면서 노인 복지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경고등은 이미 켜진 상태다. 만 65세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개시와 의료비 할인, 공익형 일자리 제공 등 노인 복지의 기준이 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현재의 만 65세 기준을 그대로 두면 한국의 노인부양률은 2054년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국가 재정은 물론이고 미래 세대에 대한 큰 부담으로 돌아와 경제적 사회적 활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노인 연령 변경과 관련해선 함께 다뤄야 할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만약 노인 연령을 70세로 높인다면 60세 정년 이후 10년간 기초연금이나 다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 연령 상향으로 줄어든 소득 보전을 위해선 정년 연장이 함께 논의돼야 하는데, 이는 호봉제 같은 임금체계와 고용의 유연화 등에 대한 해결을 전제로 해야 한다. 지하철 무임승차만 해도 노인 외부활동을 촉진해 우울증 감소와 의료비 절감 등 사회적 편익이 비용보다 크다는 연구도 있어 섣불리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