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싱크탱크, 러 세관자료 입수 中국영업체 등 금수품목 수출 확인 “러 반도체 40% 中서 조달” 보도도 中왕이, 이달중 러 방문說 솔솔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각종 제재 및 수출 규제에도 중국이 전투기, 레이더 같은 주요 군장비에 쓰이는 부품을 러시아에 제공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이 러시아에 경제적 지원이나 비(非)살상용 군사적 지원을 한다는 논란은 몇 차례 있었으나 주요 무기 관련 지원 정황이 포착된 것은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한다’면서도 러시아와 외교, 금융, 무역 관계는 열려 있다며 조심스러운 균형을 유지하던 중국은 최근 외교 담당 고위 인사들이 러시아를 잇달아 방문하며 밀착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中, 서방 규제 군사부품 러에 수출”
WSJ가 국가안보 관련 감시 활동을 펴는 미 싱크탱크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로부터 입수한 지난해 4∼10월 러시아 세관 자료에 따르면 중국 국영, 민간 방위산업체들이 러시아에 주요 무기 부품을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목록에는 항법 장비, 레이더 전파 방해 안테나, 전투기 부품을 비롯해 서방 제재로 러시아 수출이 금지된 물품이 다수 들어 있다. 이 기간 러시아가 수입한 관련 부품 교역 건수는 8만4000건에 이르렀다. 미 정부가 제재 대상에 올린 러시아 및 중국 10개 기업이 활발하게 교역한 정황도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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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수입 반도체 40%, 중국·홍콩産”
러시아가 서방의 첨단 산업제품 수출 금지 제재에도 중국의 도움으로 반도체 등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핵심 물자를 조달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반도체는 레이더 탐지기를 비롯해 군수품에도 필수적으로 쓰인다.
홍콩 유력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 국제금융협회(IIF)는 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1∼9월 러시아가 24억5000만 달러(약 2조9400억 원)어치의 반도체와 전자회로기판을 수입했으며 이 가운데 40%는 중국 및 홍콩산(産)이었다고 밝혔다. 중국은 서방의 제재로 줄어든 부분 이상을 보충해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반도체 및 전자회로기판의 러시아 수출이 전년 대비 34.9% 늘었다.
IIF는 “한국 독일 네덜란드 같은 나라가 대러 수출을 줄이는 가운데 러시아는 그 밖의 다른 나라에서 반도체를 성공적으로 공급받았다”고 지적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