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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4월말 美 ‘국빈방문’… 바이든과 정상회담 추진

입력 | 2023-02-06 03:00:00

한미 조율… 동맹 70주년 협력 강화



박진-블링컨, 한미 외교회담 뒤 공동 회견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3일(현지 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한미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4월 말 ‘국빈 방문(State visit)’ 형식으로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일부터 4일까지 미국을 방문했던 박진 외교부 장관은 한미 외교장관 회담과 백악관 고위 관계자 면담 등을 거치면서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5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박 장관 등 정부 대표단의 방미 기간 한미는 “한미 정상회담을 4월 말경 국빈 방문으로 추진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통상 고위급 교류 및 회담 일정이 확정될 때까지 함구했던 점을 고려하면 한미 간에 이런 논의가 오간 것은 윤 대통령 방미 일정과 형식에 대해 양국이 큰 틀에서 합의에 접근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대표단은 윤 대통령의 방미 시기와 형식에 대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미 국무부의 의지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승인하는 단계가 남아 있어 최종 발표까지 한미 간 물밑 조율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이 성사되면 한국 정상의 국빈 방문은 2011년 10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 이어 12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방미에서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강화 등 안보 협력뿐 아니라 한미 동맹을 생명공학과 양자기술,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로 확장하는 구체적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韓美 “우주-생명공학도 협력… 北 불법 해킹에 우선 대응”




4월말 한미정상회담 추진



한미 외교 ‘과학협력 협정’ 개정-연장
“올해 한미우주포럼… 양자-AI 협력”
“北, 제재 피하려 사이버 활동 강화
한미일 공조… 불법자금 차단해야”




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양국 장관은 4월 말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한미동맹 70주년의 밑그림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 박 장관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70주년 기념 슬로건으로 ‘미래를 위한 동맹(Alliance for the Future)’을 제시하며 “우리는 동맹의 범위를 정치, 군사, 경제 파트너십뿐만 아니라 기술 및 문화 차원까지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과학기술협정 14년 만에 개정


박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공동 기자회견에 앞서 ‘한미 과학 및 기술협력 협정’을 개정하고 연장하는 의정서에 서명했다. 1992년 맺은 이 협정은 그동안 1년 단위로 각서를 교환해 효력을 연장해 왔다가 이번 개정으로 그 유효기간을 10년으로 대폭 늘렸다. 1999년 이후 14년 만의 개정이다. 양국은 이번 서명을 통해 방문 연구자가 초청 기관과 지식재산권 배분을 협의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드는 등 과학기술 협력을 통한 정보교환과 인적교류의 벽을 낮췄다. 한미 간 우주, 양자기술,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공동 연구 협력 확대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링컨 장관은 공동 회견에서 “오늘 합의를 통해 우리가 오랫동안 함께 노력해 온 분야뿐 아니라 생명공학, 양자(기술), AI 같은 신흥 분야에서도 협력의 범위를 확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30년간 우리(한미) 대학은 암과 기후변화에 대해 공동연구했다. 정부는 대기 오염을 줄이고 현대 기술에 동력을 공급하는 반도체에 대한 연구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협력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미국 모더나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mRNA 백신을 제조하는 사례도 언급하며 “과학 협력은 양국이 국민의 이익을 위해 협력하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우리는 우주가 확장될 한미 파트너십의 다음 개척지라는 데 동의했다”며 “올해 한미우주포럼을 개최해 우주협력을 더욱 강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한미동맹이 우주 동맹으로 확대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우주 경제, 우주 탐사, 우주 안보 등을 의제로 한미가 편리한 시기에 우주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 장관은 2일 빌 넬슨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국장과 만나 민간, 상업 및 보안 영역에 도움이 될 우주 협력을 논의했다.


●“北 불법 사이버활동 대응 우선순위 돼야”


두 장관은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에 대한 대응체제를 정비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박 장관은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불법적인 사이버 활동을 강화해왔고 2017년부터 해킹으로 12억 달러 이상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며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에 대한 대응이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일 공조로 북한의 불법 자금 흐름을 차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북한 연계 해커의 가상화폐 거래소 지갑을 역으로 해킹하는 ‘화이트 해킹’ 방식으로 지난해 북한이 해킹으로 탈취한 가상화폐의 절반 이상인 1조여 원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조만간 북한의 사이버 해킹을 추적한 결과와 대응 성과에 대해 공개할 방침이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한 미국의 확장억제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핵과 재래식 무기, 미사일방어체계를 포함해 모든 범위의 자산을 이용해 한국을 방어할 것을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한국 내 자체 핵무장 여론이 높아지는 등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있다는 질문에 “우리는 확장억제를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서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