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도 양극화
뉴스1
5일 동아일보가 종로학원과 함께 정부의 대학알리미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2022년 3년간 예과와 본과를 포함한 의대 중도 탈락 학생은 561명에 달했다. 전국 의대 중도 탈락 학생 수는 처음으로 해당 수치가 공시된 2020년 185명, 2021년 173명에 이어 지난해 203명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이는 의학전문대학원인 차의과학대, 2022학년도부터 학부 신입생을 선발해 관련 자료가 없는 건국대 글로컬 캠퍼스를 제외한 전국 37개 의대를 분석한 수치다. ‘중도 탈락’은 대학 입학 후 졸업을 하지 못한 경우로 자퇴, 미등록, 미복학, 유급 등을 포함한다. 의대생의 경우 자퇴로 인한 중도 탈락이 80∼90%에 달한다.
최근 3년간 의대 중도 탈락 학생 중 대다수는 지방 의대에서 나왔다. 전체 중도 탈락 학생의 74.2%(416명)가 서울과 경기, 인천을 제외한 지방에 있는 의대 출신이었다.
“수도권 취업-개원 원해… 지방 의대 자퇴”
‘의대 중도탈락’ 74%가 지방
졸업후 서울서 전공의 이수 어려워
지역 대학병원은 인턴 충원도 난관
“의료의 질 낮아지고 사고발생 우려”
“나중에 개원하려면 학교 간판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모 씨(20)는 지난해 전라도권 의대를 다니다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다시 본 뒤 올해 서울권 의대에 합격했다. 그는 “이전에 다니던 의대도 어렵게 들어가긴 했지만 조금만 더 준비하면 대학 이름이 바뀌는데, 1년 정도는 더 투자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취업 때문에” 지방에서 서울 의대로 재도전
국가 자격증이 주어지는 직업이라 ‘대학 간판’이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졌던 의대에서도 서울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데는 취업이 영향을 미쳤다. 지방 의대에서도 서울 소재 병원에서 전공의 과정을 밟을 순 있지만 최상위권 성적이 아니라면 서울로 올라오기 어렵다. 서울에서 고2 자녀를 키우는 한 학부모는 “의사가 된 후 자녀 교육과 삶의 질을 위해 인프라가 좋은 수도권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며 “내 아이가 아쉽게도 지방 의대에 진학한다면 반수를 권하겠다”고 했다.
향후 개업 등을 염두에 두고 지방 의대를 그만둔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위 ‘빅5’로 불리는 서울 가톨릭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와 울산대 의대는 3년간 중도 탈락 학생이 1∼7명에 불과했다.
●지방 의대들 “지방 의료 악화→의대생, 수도권 이탈 악순환”
중도 탈락 학생이 많은 지방 의대는 향후 전공의 충원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 B의대 관계자는 “(자퇴생이 많아서) 올해 본과 2학년 학생이 채 30명이 안 된다”며 “이 학생들이 전공의 과정에 진입하는 2026년에는 대학병원 인턴을 채우는 것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 의대와 서울 등 수도권 의대의 양극화로 앞으로 지방 의료 현실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방 C의대 관계자는 “충분한 수의 인턴이나 레지던트 없이 교수를 포함한 기존 인력이 밤낮없이 진료를 보다 보면 진료의 질이 떨어지고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지역 의료 인프라는 악화하고 학생들이 수도권으로 이탈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