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차가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귀여운 꼬마차는 친구와 함께 어렵고 험한 길 헤쳐 나간다. 희망과 사랑을 심어주면서. 아하, 신나게 달린다. 귀여운 꼬마 자동차 붕붕.’
요즘 서울 시내를 다니는 실외 자율주행 배달로봇 ‘뉴비’를 보고 있으면 어릴 적 동요 ‘꼬마 자동차 붕붕’이 절로 떠오른다. 뉴비는 앞부분에 눈 모양이 달린 바퀴 네 개의 박스형 로봇으로 가로 56cm, 세로 67cm, 높이 69cm, 무게 60kg다. 평균 시속 7km, 즉 사람이 빨리 걷는 속도로 한 번에 40kg까지 실어 나를 수 있다.
이 로봇을 개발한 자율주행로봇 스타트업 ‘뉴빌리티’의 이상민 대표(26)는 ‘우주 소년’이었다. 인하사대부고 재학 시절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항공우주부문 공모전에 우주 변기 아이디어를 출품해 대상을 받았다.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2학년이던 2017년에는 로켓동아리 형태로 창업해 초소형 위성을 개발했다. 자율주행 로봇에서 인류의 미래를 찾은 그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2021년)로 선정했다.
이 대표는 “로봇이라고 하면 대개 사람처럼 생긴 휴머노이드 로봇을 생각하지만 일상에서는 로봇청소기가 일상을 편리하게 해 주고 있다”며 “로봇과 함께 살아가는 ‘위드 로봇’ 시대가 되려면 우리 같은 스타트업이 빨리 만들고 빨리 실패하며 로봇 시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뉴빌리티’ 사무실에서 이 회사 이상민 대표(앞줄 왼쪽)가 직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들의 앞에 놓인 박스형 자율주행 로봇이 ‘뉴비’다. 신원건 기자
―카페와 식당 등 실내에서 서빙하는 로봇과 달리 뉴비는 실외를 다닌다.
“뉴비는 지난해 제주에서 열린 ‘SK텔레콤 오픈 2022’에서 선수들에게 생수를 배달하면서 공개됐다. 현재 75대의 뉴비가 다니고 있다.”
“규제 완화 요구가 커지면서 2019년 12월부터 실증을 통한 규제 샌드박스가 시행 중이다. 도심지 도로와 달리 사유지 내 자율주행에는 제한이 없어 골프장과 대학 캠퍼스 등 다양한 사유지에서 뉴비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증명해내고 있다. 다른 업계와 비교해 로봇 분야는 민관이 합심해 규제 완화에 적극적이다. 보도와 횡단보도에서의 로봇 통행은 올해 안에 허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지금까지 수 백km의 배달을 무사고로 활발하게 실증하고 있는 업체는 우리밖에 없다.
―왜 그런가.
“대기업은 완벽하게 해야 하는 기준이 있어 신속하게 움직이기 어렵다. 우리는 빠르게 시도하면서 시행착오를 줄여나갈 수 있다. 자율주행은 새로운 학문이자 사업이라 젊은 사람들이 오히려 더 잘 할 수 있다. ‘대기업이 나섰다면 여전히 막혀있을 수 있는 규제가 발 빠른 스타트업의 주도 덕분에 풀리고 있다’는 말도 듣는다.”
―로봇이 다니다가 사고가 나는 것이 우려된다.
―대개의 자율주행 로봇은 라이다 센서를 쓰지 않나.
“라이다 센서를 쓰면 로봇의 제조 원가가 수 억 단위로 비싸진다. 우리는 10대의 카메라와 3대의 센서를 활용하는 센서 퓨전기술이라 대당 목표 제조원가가 700만 원대인 독보적인 가격 경쟁력이 있다. 이 원가를 500만 원대까지 낮추려고 치열하게 매달리고 있다.”
이상민 뉴빌리티 대표는 “빨리 시도하고 빨리 실패하는 스타트업 정신으로 자율주행 배달로봇의 제조원가를 내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사람과 로봇이 함께 살아가는 미래를 꿈꾼다”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로봇과 함께 하는 미래는 어떤 건가.
“로봇을 결코 제조 관점에서 접근하면 안 된다. 예를 들어 미국의 로봇공학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설립된 지 20년이 넘었다. 이 회사 로봇과 BTS가 춤추는 모습은 충분히 멋지지만 대부분 사람들의 일상에서 로봇은 요원하다. 중요한 것은 로봇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쓸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지난해 말에는 KT와 업무협약을 맺었던데.
“KT가 탈통신을 선언하면서 추진하는 주요 신사업 중 하나가 로봇이다. KT는 로봇을 수리할 수 있는 전국적인 기사 인력망을 활용해 로봇 생태계를 만들고 싶은 거다. 그 일을 뉴비가 하게 된다.”
―어릴 적부터 그토록 우주를 좋아했으면서 왜 로봇으로 사업을 하나.
“로켓 동아리로 출발했다가 여러 번 사업 아이템을 바꿨다. 우리의 도전과 용기를 높이 산 투자회사들이 없었다면 진작 망했다. 함께 창업한 친구들과 3년 동안 월급을 가져가지 않고 대기업들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 외주 일을 독학하며 수행해 버텼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풀어야하는 문제가 우주가 아닌 일상에도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할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자영업자 분들을 돕고 싶다. 1980년대 퍼스널컴퓨터 수준이 2023년 지금 로봇의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시장을 선점하느냐가 중요한 때다.”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앗아가는 건 아닌가.
“미래에도 로봇이 100% 인간을 대체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율주행이 완벽하게 이뤄지는 날이 와도 사람들은 운전하는 기쁨을 완전히 포기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자율주행은 운전하는 피로도만 줄여줘도 된다는 얘기다. 로봇은 우리 삶을 편리하게 해 주는 존재로 인간과 함께 살아가게 될 것이다.”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