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건물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갇혔다. 현재 상황은 재앙이다.”
‘화이트 헬멧’으로 불리는 시리아 민병대 관계자가 6일 영국 가디언에 전한 지진 당시의 참혹한 상황이다. 이날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 국경지대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해 현지 시간 오후 4시 30분(한국 시간 오후 10시 30분) 기준 최소 1797명이 숨지고 74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진이 오전 4시대에 발생해 잠을 자던 주민들이 대피 기회를 놓쳤고, 시리아에서는 2011년부터 계속된 내전의 여파로 사회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키웠다. 폭우, 폭설, 강풍 등 현지의 기상 악화 또한 구조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부상자들이 각 병원 응급실로 몰려들면서 가뜩이나 열악한 현지 의료체계 또한 붕괴 직전이라고 알자지라 등이 전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잠옷 바람으로 뛰쳐나온 후 건물 잔해에 깔린 가족을 찾기 위해 울부짖는 주민, 완전히 파괴된 도심의 영상 등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 히로시마 원폭 32개 규모
진원 깊이(17.9㎞)가 얕고 여진이 계속되는 데다 대도시 인근에서 지진이 발생하며 피해를 키웠다. 가지안테프는 제조업, 농업, 가죽공예 등이 발달한 곳이라 튀르키예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구조도 원활하지 않다. 최대 도시 이스탄불, 수도 앙카라에서 피해 지역으로 향하는 비행기가 악천후로 대부분 운행이 취소됐다. 특히 가지안테프에는 폭설이 내린 후 기온이 크게 떨어져 살아남은 사람들도 추위에 떨고 있다.
● 내전에 지진까지 덮친 시리아
화이트 헬멧 측은 “안전한 대피소조차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했다. 정부군은 더 이상의 비극을 방지하기 위해 공습을 보류해달라고 촉구했다.
여진에 따른 추가 피해도 우려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댐의 균열, 홍수 발생 가능성 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튀르키예와 비교적 가까운 유럽 주요국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진 발생 직후 남부 해안에 쓰나미 경보를 내렸다 철회했다. 다만 해안가 주민들에게 더 높은 지역으로 이동하고 당국의 추가 공지를 기다라고 밝혔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