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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순위 가등기 위험, 법원서류로 판별을[이주현의 경매 길라잡이]

입력 | 2023-02-07 03:00:00

이중매매 방지위한 가등기일 경우 매수인이 본등기땐 낙찰권리 소멸
돈 빌려주고 채권 담보용 가등기땐 채권 해소되면 가등기 권리도 소멸
문건송달 내역-명세서 등 확인을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

경남 김해시의 한 토지가 경매에 나왔다. 숲이 우거진 임야였지만 차량이 접근할 수 있고, 경사도 완만해 활용가치가 높아 보였다. 하지만 3차례나 경매가 유찰되며 최저가격은 감정가 대비 51%까지로 떨어졌다. 등기부등본상 ‘선순위 가등기’가 있다는 이유로 참가자들이 입찰을 꺼린 것이다.

가등기란 임시로 권리의 순위를 보전하기 위한 것으로 확정된 권리는 아니다. 가등기 자체로는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등기권자가 본등기를 하면 가등기 시점으로 소급해 등기부등본상 권리 순위를 지킬 수 있다.

매도인과 매수인이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할 때 보통 1∼3개월 후에 잔금을 지급하는데 특별한 사정이 생기면 잔금 지급을 한참 이후로 정할 수 있다. 이 기간이 길면 길수록 매도인이 제3자에게 되팔(이중매매) 위험성 또한 높아지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매수자가 가등기라는 권리를 설정한다.

가등기 했을 때는 매도인이 제3자에게 이중매매를 하더라도 매수인은 가등기에 이어 본등기를 함으로써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다. 이때 가등기 후에 설정된 제3자의 소유권은 직권으로 말소된다. 가등기가 이중매매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 수단인 셈인데, 이를 ‘소유권 이전 청구권 보전을 위한 가등기’ 또는 ‘순위보전 가등기’라고 한다. 돈을 빌려주고 그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가등기를 할 때도 있는데, 이는 담보가등기라고 한다. 경매 절차에서는 저당권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경매 사건에서 소유권 이전 청구권 보전을 위한 가등기가 선순위라면 낙찰받더라도 소멸되지 않는다. 가등기권자가 본등기를 하면 낙찰자는 소유권을 잃게 된다. 낙찰자가 납부한 대금을 회수할 길은 있지만 절차가 매우 까다롭고 전액을 회수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위험이 높은 경매 사건이다. 반면 선순위 가등기가 담보가등기일 경우 가등기권자는 우선 배당받고 가등기는 소멸한다.

여기서 문제는 등기부등본에 ‘소유권 이전 청구권 가등기’로만 표시되는 경우다. 등기부등본만 보고는 가등기가 순위 보전을 위한 가등기인지, 담보가등기인지 명확한 구별이 쉽지 않다. 응찰자가 이 두 가지를 구별하기 위해서는 법원 서류를 봐야 한다.

가장 먼저 법원에 접수된 문건내역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매 부동산에 가등기가 있으면 집행법원은 가등기권자에게 ‘그 가등기가 담보가등기일 때는 그 내용 및 채권의 존재 여부나 원인·금액 등을 신고하고, 담보가등기가 아닌 경우에는 그 내용을 집행법원에 신고할 것’을 상당한 기간을 정해 통지해야 한다.

매각 공고된 부동산마다 온라인으로 공개된 문건송달내역도 꼼꼼히 봐야 한다. 문건송달내역을 통해 법원이 이해관계인에게 보낸 서류 및 이해관계인이 법원에 제출한 서류 목록을 볼 수 있다. 만약 문건내역에 ‘가등기권자 배당요구서 제출’이라는 문구가 보인다면, 이는 우선변제권이 있는 담보가등기로 판단해도 좋다.

매각물건명세서를 보고도 이를 파악할 수 있다. 매각물건명세서를 보면 ‘최선순위설정’이라는 칸이 있는데, 이는 낙찰자가 예기치 않게 주택이나 상가의 임차보증금 등을 인수함으로써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저당권 또는 가압류 일자를 기재하는 곳이다. 따라서 이 칸에 가등기 설정 일자가 적혀 있다면 이는 배당만 받으면 소멸되는 담보가등기로 판단해도 좋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