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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의사 지방 기피, 환자 수도권 쏠림 해소해야 풀린다

입력 | 2023-02-07 00:00:00


의사 면허제도가 있어 ‘대학 간판’이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졌던 의대에서도 수도권 대학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2020∼2022년 전국 37개 의대의 중도 탈락 학생 561명을 분석한 결과 이 중 74.2%가 비수도권 의대 출신이었다. 졸업 후 수도권 병원에 취업하거나 개원하기 위해 지방 의대를 다니다 그만두고 1, 2년 재수를 감수한다는 것이다.

의사들의 수도권 쏠림과 지방 기피 현상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3.45명인 데 비해 세종(1.31명) 경북(1.39명) 충남(1.54명)은 서울의 절반도 안 된다. 반면 서울 의사 평균 연봉은 2억1900만 원으로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적고, 세종 경북 충남은 2억5500만∼2억7100만 원으로 전국 평균을 상회한다. 서울은 적은 연봉에도 의사가 몰리는 데 비해 지방은 “연봉 5억 원에 아파트까지 줘도 의사 구하기 어렵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전국 35개 지방의료원의 의사 정원 대비 결원율은 지난해 9월 14.5%로 4년 전보다 2배로 늘었다.

의사들이 지방 병원을 기피하는 이유는 생활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탓도 있지만 환자가 없기 때문이다. 지방 인구가 급속히 줄어드는 데다 대형병원 위주로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되면서 비수도권 지역의 중소 병원들은 최근 5년간 폐업률이 최대 12.5%에 이를 정도로 고사 위기에 내몰려 있다. 어렵게 배운 의술을 써먹기는커녕 환자들로부터 “큰 병원 갈 테니 소견서 써 달라”는 요구만 받는 상황이다. 대형병원 쏠림을 부추기는 왜곡된 의료수가 체계를 바로잡고, 중증도에 따라 환자 분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의료전달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

지역 의료 인프라가 무너지면 지방 소멸이 가속화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전국 시군구 가운데 응급의료 분야 의료취약 지역이 98곳이다. 사는 곳에 따라 의료 격차가 나지 않도록 의료 인력을 비롯한 의료자원 배분 기준을 마련하고, 지역 의대를 졸업한 의사들이 해당 지역에서 수련 후 정착할 수 있도록 비수도권 전공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지역 의료에 헌신할 의사 양성을 위한 지역의사제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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