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안철수 캠프 6일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캠프 사무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안 의원은 이날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안 의원은 이날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 표현을 쓰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국민의힘 3·8전당대회가 극심한 내홍에 휩싸였다.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을 공개 저격하자 안 의원은 어제 예정됐던 공개 일정을 취소하는 등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당내에선 “전대가 제대로 치러지겠느냐” “이러다 당 깨진다” 등 우려의 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 의원을 겨냥한 대통령실과 친윤 진영의 압박은 도를 넘는 수준이었다.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자 적” 등 대통령 발언이 전해졌다. 급기야 “대통령 탈당” “신당 창당” 주장까지 나왔다. 안 의원이 대표가 되면 “대통령은 레임덕에 빠질 것”이라는 사실상의 협박성 발언이다. 안 의원은 어제 “‘윤안 연대’, ‘윤핵관’ 표현을 쓰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대통령실 개입은 불법”이라며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안 의원 측에선 “토사구팽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집권당 전대가 이런 식으로 흘렀던 적은 없다. 대통령 뜻이 이처럼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당에 전달된 것도 전례를 찾기 힘들다. 더욱이 지난 대선 후보단일화의 당사자들이던 이들이 여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정면 대결하는 듯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으니 보는 이들조차 어리둥절할 정도다.
대통령은 ‘1호 당원’이다. 여당 대표는 국정 운영의 중요한 파트너인 만큼 전대 결과가 누구보다 중요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과 같은 식의 노골적인 개입이나 의견 표출이 용인되는 건 아니다. 전대는 당원들의 집단 판단으로 대표를 뽑는 행사다. 그게 정당 민주주의 원칙에 맞다. 무엇보다 엄청난 후유증이 우려된다. 설사 김 후보가 당선된다 해도 승복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또 안되면 어쩔건가. 오죽하면 “전당대회가 아니라 분당대회 모습으로 치닫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겠나. 안 의원은 윤심 논란을 선거에 이용하려 하지 말고 대통령실도 자중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