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 조달청장 인터뷰 정부가 혁신 제품 우선 구매 성과… 지원 받은 기업 13곳이 CES서 수상 수출상담회 열어 해외 판로 확보 돕고, 불필요한 규제 없애 현장 개혁 이뤄야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3’에선 조달청 ‘혁신 조달 제도’의 지원을 받은 13개사, 15개 제품이 혁신상을 수상했다. 이 중 2개사는 대상격인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이종욱 조달청장은 6일 대전 서구 정부대전청사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혁신조달의 성과가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되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지원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이 청장은 행시 35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근무 시절 정부가 혁신 제품의 첫 구매자가 돼 신기술 개발 및 글로벌 시장 진출을 뒷받침하자는 ‘혁신 조달’ 개념 고안에 기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CES 혁신상 수상의 의미를 설명해 달라.
―혁신상 수상 기업의 반응은 어떤가.
“기업인들로부터 ‘가장 어려운 시기에 도와줬다’, ‘혁신 조달 제도가 매출 신장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등 감사하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큰 보람을 느끼는 동시에 반성과 다짐도 하게 됐다. 구체적으로 이 기업들이 CES에 나가는 것조차 몰랐던 무심함에 대해 반성했다. 알고 보니 다른 부처나 지방자치단체들은 참가 경비 등을 지원했다고 한다. 앞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혁신 기업들이 국내외 시장에 진출하는 걸 돕겠다.”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공공 부문보다 민간 부문 구매가 더 필요한 제품이 많다. 지난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의원들이 혁신 조달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민간 부문에 대한 판로 지원을 권고했다. 그렇다고 조달청이 민간 기업으로 하여금 제품을 구매하도록 강제할 순 없다. 다만 준공공기업이나 사회적기업, 복지단체 등에 혁신 제품이 공급되도록 도울 순 있다.”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어떻게 지원할 건가.
―공공 조달 혁신 의지를 밝혔다.
“우선 공정 조달의 원칙을 확립하겠다. 부패 위험 요소를 원천 차단하고 지원 대상 선정 과정에 대한 조달청의 독점적 권한을 줄여 국민 신뢰를 얻겠다. 유관 협회와의 관계에서도 투명성을 높이겠다. 특히 조달청 업무를 위탁할 수 있는 다양한 전문기관을 육성해 경쟁 체제를 만들겠다. 연내에 조달사 자격증 제도를 만들어 조달 업무 시장도 확대할 계획이다.”
―공공 조달의 전략적 측면도 강조되고 있다.
“공공 조달 혁신의 두 번째 과제가 전략적 활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공공 조달을 통해 중소기업 성장, 기술 혁신, 환경 문제 등까지 해결하려 한다. 효율적 조달행정을 넘어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가치까지 중시하는 분위기다. 공공 조달을 통해 장애인, 여성 등을 지원하고 친환경 제품 활성화에 기여해야 한다. 이것이 현 정부의 ‘신성장 4.0’ 기조와 맥을 함께하는 일이다. ”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다. 조달 현장의 훈령이나 지침, 계약 조건, 관행 등 작고 잘 보이지 않는 ‘그림자 규제’들이 적지 않다. 그동안 ‘스마트 전자 계약을 통한 쇼핑몰 등록 절차 개선’, ‘혁신 제품의 종합쇼핑몰 단가계약 추진’ 등 그림자 규제 138개를 찾아내 개선하거나 철폐했다. 이제 경제규제혁신민간위원회나 조달 기업 사이에서 현장 규제 개혁의 모범이란 평가도 받게 됐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