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尹-安연대, 윤핵관 표현 안 쓸것” 여권, 내년 총선 공천권 내분 양상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6일 공개 일정을 취소하며 “(윤석열 대통령과의 연대를 뜻하는) ‘윤안 연대’,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 진영의 파상 공세에 일단 몸을 낮춘 것.
그러나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당에 의견을 개진할 책임과 권한이 있다”며 공세가 끝난 게 아니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악화된 경제 여건 등 복합 위기 상황에서 여권 전체가 내년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내분에 휩싸인 양상이다.
안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윤안 연대’는) 폄하하려고 한 말이 아니라 대통령직인수위원장 할 때를 생각하고 한 말이었다”며 “이것을 제가 (대통령과 저를) 동격이라고 생각했다고 상대방이 받아들인다면 안 쓰는 게 도리”라고 말했다. 다만 안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대통령실의 공세와 관련해 “이렇게 당내 경선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정말 법적으로도 문제가 많고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통령실 “선거개입 아냐”강경… “安 또 부적절 발언땐 좌시 안해”
전당대회 개입 논란엔 “팩트 문제” 선그어
일부 참모 “더 나가면 위험”… 강경론에 묻혀
“안철수 의원이 또다시 윤석열 대통령과 관련된 부적절한 발언을 한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안 의원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진복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충분한 입장을 전달했다”며 “안 의원도 (대통령실의 조치에)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여권 일각의 전당대회 경선 개입 논란에 “경선에서 특정 후보 얘기가 나오는 것은 경선과는 관련이 없고 팩트에 대한 문제”라며 선을 긋고 나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선거 개입이라 하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얘기하는데 전당대회는 선관위가 주관하는 행사가 아니다”라며 “선거 개입이 명백히 아니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원이 당무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지 않느냐”며 “윤 대통령은 한 달에 300만 원, 1년에 3600만 원을 당비로 내고 있다. 당원으로서 대통령은 할 말이 없을까”라고도 했다. 전당대회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정당하다는 얘기다.
대통령실은 연일 안 의원을 비판한 이유가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이 안 의원에게 있다’는 사실관계를 바로잡으려는 의도라고 설명한다. 여권 관계자는 “당원이 밀집한 대구·경북(TK) 지역에서 이런 기류가 감지되자 공정한 선거를 위해서라도 정확한 ‘신호 발신’의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이날 “(안 의원이) 윤 대통령과의 연대를 이야기하는데 그런 연대는 없지 않나. 사실과 다르면 경선이 왜곡된다”고 발언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전날 대통령실 일부 참모들이 “(안 의원에 대한 공세를) 더하면 자칫 (논란으로) 위험해질 수 있다”는 의견을 냈지만 강경론이 훨씬 우세했던 것도 이런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들은 안 의원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부정적 인식은 대선 단일화 협상 때부터 조짐을 보였다고 말했다.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의 수행팀장을 맡았던 이용 의원은 이날 “단일화 과정에서 안 의원이 약속을 두 차례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고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에 대해 안 의원이 존경을 표한 것과 관련해 “안 의원이 그렇게 얘기했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인천 간담회 간 김기현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붉은 넥타이)이 6일 인천 연수구 국민의힘 인천시당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전날 김 의원은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전 의원을 찾아 강원 강릉으로 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함께하자”고 말했다. 인천=뉴시스
安 “‘윤핵관’ 표현 안쓸것” 자제… 安측은 “토사구팽” 불쾌감 표출
안철수, 참모들과 회의뒤 어제 일정 취소
캠프선 “섭섭한건 사실” 속내 드러내기도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들을 종합해 내부적으로 선거 슬로건과 캠프 운영 시스템을 새롭게 점검하는 시간을 갖겠다.”
여의도 안철수 캠프 6일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캠프 사무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안 의원은 이날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안 의원은 이날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 표현을 쓰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안 의원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인 김영우 전 의원은 “정국 구상을 위한 숨 고르기”라고 했다. 안 의원은 전날(5일) 참모들과 회의를 가진 뒤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안 의원도 나경원 전 의원처럼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지만 안 의원 측은 “앞으로 정책 비전 대결로 전당대회를 치르겠다”는 태세다. 안 의원은 “7일 당권주자들이 참가하는 비전발표회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일단 안 의원 측은 대통령실과의 확전은 피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김 전 의원은 “대통령실의 입장을 잘 유념하겠다”고 했다. 당원 100%로 진행되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맞서는 모습을 보일 경우 승산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안 의원이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의 연대를 뜻하는) ‘윤안 연대’,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다. 그 대신 안 의원 측은 당 개혁 방안, 총선 승리 복안 등을 집중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다만 안 의원은 계속해서 자신을 겨냥한 대통령실 관계자의 익명 발언이 보도되는 것에 대해서는 “당내 경선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정말 법적으로도 문제가 많다”고 했다. 안 의원 측은 정무직 공무원으로 임용되기 위해 탈당한 대통령실 참모들이 전당대회 사안을 거론하는 것은 당헌당규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안 의원 측은 대통령실이 김기현 의원이 아닌 안 의원만 문제 삼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입장이다. 김 전 의원은 “섭섭함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라며 “김 의원 측도 ‘윤석열 대통령과 일체다’,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은 100% 김 의원에게 있다’고 방송에서까지 이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과 함께 국민의당에 몸담았던 문병호 최고위원 후보는 “안 의원은 현 정권에 대해 대단히 협력하고 앞으로도 뒷받침하겠다고 했다”며 “이것은 토사구팽”이라고 성토했다.
일부 친윤 의원은 안 의원의 후보직 사퇴까지 몰아붙일 태세다. 김 의원도 이날 안 의원이 2012년 MBC, 2017년 KBS 파업 현장을 방문한 것과 관련해 “안 의원은 언론노조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입장 표명에 주저하거나 회피로 일관한다면 전당대회 후보직 사퇴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안 의원은 통화에서 “저는 후보 단일화를 해서 정권교체를 이룬 사람인데 무슨 10년 전 것을 이야기하고 그러느냐”고 응수했다.
여권 관계자는 “여전히 안 의원이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어 친윤 진영이 쉽게 공세를 접을 것 같지 않다”며 “10일 발표되는 전국 책임당원 6000명을 대상으로 한 컷오프(예비경선) 여론조사 결과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