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냐크 공립중학교 학생들이 받은 점심 식사. DailyLoud 트위터
뉴욕의 한 공립중학교와 급식 업체가 미국 ‘흑인의 달(Black History Month)’인 2월 첫날 점심으로 수박과 치킨을 냈다가 학부모들의 질타를 받고 사과했다.
6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지난 1일 미국 냐크 공립중학교에 급식을 제공하는 식품 유통·서비스 기업 아라마크(Aramark)가 급식 메뉴를 바꿔치기했다. 공식 급식표에 따르면 1일 냐크 공립중학교 점심 메뉴는 ‘필리 치즈 스테이크, 브로콜리, 신선한 과일’이었다. 하지만 실제 학생들이 받은 음식은 ‘수박, 치킨, 와플’이었다.
미국에는 ‘흑인은 수박과 프라이드 치킨을 매우 좋아한다’는 인종차별적 관념이 존재한다. 프라이드 치킨의 유래는 17세기 흑인들이 주로 먹던 음식에서 비롯됐고, 수박은 노예가 주인의 지배 시스템 밖에서 생계 유지를 위해 재배하던 식물이라는 설이 있다.
학교 관계자들과 급식업체는 점심 메뉴가 언제 왜 바뀌었는지에 대해 논의하지 않은 걸로 파악됐다.
급식 업체는 고의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아라마크 측은 성명에서 “우리는 흑인의 달 첫날인 2월 1일에 의도하지 않은 불감증으로 잘못된 메뉴를 내보냈다. 다만 절대 의도적으로 행해진 건 아니었다”며 “시기적으로 부적절했다는 건 인정하지만 이건 실수였을 뿐이고 우리 회사의 가치를 대변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밝혔다.
존슨 데이비드 냐크 공립중학교 교장은 사과문을 통해 “이 상황에 대해 매우 유감을 표한다”며 “아라마크가 보여준 문화적 불감증에 대해 냐크 지역 전체에게 대신 사과한다”고 전했다.
제임스 몬테나소 냐크 공립학교 임시교육감은 “냐크 지역은 오랫동안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전념해왔다”며 “이번 사건이 학교, 직원 및 학교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종차별 고정관념을 없애는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국 냐크 공립중학교의 2023년 2월 점심 급식표. 2월 1일 메뉴로 ‘필리 치즈 스테이크, 브로콜리, 신선한 과일’이 적혀있다. 냐크 공립중학교 공식 홈페이지
아라마크는 이전에도 흑인들에게 모욕적인 음식을 급식 메뉴로 제공해 비판 받은 바 있다. 2018년 뉴욕대에서 흑인의 달 특별 메뉴로 수박 맛 물, 맥앤치즈, 옥수수빵 등을 제공했다. 이에 뉴욕대는 아라마크와 식품 유통·서비스 계약을 해지했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