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준의 정치 인사이드] 與 전당대회 분석②
지난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뛰어든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집권 여당 당권 경쟁을 분석했다. 이번 주는 두 사람의 미래와 관련한 분석이다. 특히 1주일 사이에 친윤(친윤석열) 진영은 물론 대통령실까지 나서 안 의원을 향한 공세에 나서면서 전당대회의 열기는 더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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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30131/117668621/1
③ ‘김기현號’와 ‘안철수號’의 모습은?
‘김기현 당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힘’과 ‘안철수 당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힘’의 모습은 어떨까. 우선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 모두 “당의 안정”을 앞세우고 있다. 지난해 ‘이준석 사태’와 같은 극심한 내부 갈등은 없을 거란 약속이다.사무총장은 대표, 원내대표와 함께 당의 핵심 보직이다. 대표는 더 설명할 필요가 없는 당의 1인자,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院內), 즉 국회 상임위 등 입법과 관련한 사안을 총괄하는 원내 사령탑이다. 사무총장은 당의 모든 사무를 총괄한다. 당의 재정, 인사 등이 모두 사무총장의 몫이다.
특히 사무총장이 막강한 힘을 과시하는 건 선거 때다. 수백억 원에 달하는 선거 비용 집행은 사무총장이 결정해야 가능하다. 여기에 공천 실무도 사무총장의 역할이다. 후보자 심사, 전략 공천 및 경선 실시 여부 등은 모두 사무총장의 손을 거쳐야 한다. 총선의 경우, 선거를 앞두고 사무총장이 너무 많은 일을 하기 때문에 각 정당은 보통 사무총장은 일찌감치 공천을 확정시켜 준다. 자신의 지역구에 신경을 덜 쓰고, 당의 선거 준비에 매진하라는 취지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7일 서울 강서구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발표회에서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2023.2.7. 국회사진취재단
물론 김 의원은 지난달 31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사무총장 등 당직 인선에 대해 “내정한 바도 없고 누구에게 제안한 바도 없다. 인선을 구상하는 단계가 아니다”고 했다. 김 의원이 대표가 되면 사무총장으로 유력했던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도 “차기 당 지도부에서는 어떠한 임명직 당직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친윤 진영이 당을 접수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알고 있다는 의미다.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7일 서울 강서구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발표회에서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2023.2.7. 국회사진취재단
또 안 의원이 집권 여당의 선장이 될 경우 대통령실과의 관계 설정도 관심사다. 5일 대통령실의 선임 수석인 이진복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직접 나서 친윤 진영의 ‘안철수 때리기’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의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 참모들은 안 의원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 안 의원 캠프는 대통령실의 파상 공세가 계속될 경우 결국 ‘반윤(반윤석열) 후보’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점을 고심하고 있다.
여기에 친윤 진영에서 “안 의원이 대표가 되면 윤 대통령이 당을 떠날 수도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도 변수다. 2004년 총선을 앞두고 2003년 11월 열린우리당이 만들어지고, 당시 노무현 대통령도 여당이던 새천년민주당을 떠나 열린우리당에 입당했던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결국 안 의원이 대표가 된다면 윤 대통령과의 첫 회동 시점 및 형식이 정국의 최대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 중 누가 대표가 되느냐에 따라 차기 원내대표 선거전도 영향을 받게 된다. 원내대표의 임기는 1년. 그러나 지난해 9월 당선된 주호영 원내대표는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잔여 임기만 수행하겠다”고 밝힌 상태라 국민의힘은 4월 새 원내 사령탑을 뽑아야 한다.
④ 만약 패배한다면…
경쟁의 승자는 한 명뿐이다. 김 의원과 안 의원, 두 사람 중 한 명은 반드시 패자가 된다. 만약 패배한다면 두 사람의 향후 정치 행보는 어떻게 될까.당 대변인, 정책위의장, 원내대표까지 거친 김 의원에게 남은 고지는 단 하나, 당 대표뿐이다. 게다가 당의 주류인 친윤 진영의 대대적인 지원은 물론이고 대통령실까지 나서 김 의원을 지원 사격하는 상황. 한 여권 인사는 “이런 전폭적인 지원 속에도 패한다면 사실상 김 의원은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게 될 것”이라며 “친윤 인사들을 향한 당원들의 반감 때문에 졌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친윤 인사들은 김 의원의 개인 역량 부족을 탓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김 의원이 노리는 전국구 정치인으로서의 부상 역시 제동이 걸리는 건 자명한 일이다.
다만 입각을 통해 김 의원이 다시 한 번 도약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한 친윤 의원은 “김 의원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신뢰가 매우 강하기 때문에 장관이나 국무총리로 발탁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전했다.
안 의원은 이번 도전에서 패한다면 당분간 정치적 휴지기를 가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에 안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안 의원을 따르는 별도의 계파도 없기 때문이다. 이번 전당대회 경쟁 과정에서 친윤 진영과 확실한 대척점에 서게 됐다는 점도 향후 안 의원 행보의 제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안 의원이 수도권, 중도 표심에 소구력이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입증할 경우 내년 4월 총선에서 역할이 주어질 수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내년 총선은 결국 수도권 승부가 관건일 텐데 이 과정에서 안 의원이 또 한 번 힘을 발휘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⑤ 추가 질문 : 이번 전당대회의 관전 포인트는?
대통령실까지 참전하는 초유의 상황이 펼쳐지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대한 우려와 관심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김 의원과 안 의원이 펼치는 승부의 관전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와 당대표 후보들이 7일 서울 강서구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발표회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경태, 윤상현, 황교안, 안철수, 천하람, 김기현 후보, 정 비대위원장, 유흥수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김석기 사무총장. 2023.2.7. 국회사진취재단
우선 10일 컷오프(예비경선) 결과 발표. 국민의힘은 8, 9일 동안 전국 당원 6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로 다음 달 8일 본선에 진출할 후보를 가린다. 당원만을 상대로 한 첫 여론조사다.
양강인 김 의원과 안 의원이 사실 컷오프에서 탈락할 걱정은 없다. 그러나 두 사람이 관심을 갖는 건 ‘1위를 차지하느냐 마느냐’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별 지지율은 철저히 비공개에 부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여권에서는 “1위를 차지한 후보 측에서는 어떻게든 결과를 알리고 싶어 할 것”이라는 분위기다. 이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두 후보의 향후 전략도 변할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 포인트는 15일부터 펼쳐지는 TV 토론이다. 지금까지는 언론을 통해 공방을 벌여온 두 사람이 처음으로 한자리에서 맞붙는다. 극한의 신경전이 펼쳐지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두 사람이 서로 덕담만 주고받으며 토론을 끝낼 가능성은 낮다. 누가, 어떤 메시지로 당원들의 표심을 잡느냐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