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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비 올라 불맛 내기도 힘들어”… 에너지가격 급등에 소상공인 울상

입력 | 2023-02-07 16:25:00

공공요금 급등으로 소상공인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2일 오전 서울 시내 전통시장에서 한 상인이 장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경기 고양시에서 10년 넘게 중국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최근 가스비 걱정이 크다. ‘불맛 좋은 중식’으로 유명한 그의 식당은 조리 과정에서 불을 자주 이용해야 해서 가스 사용량이 많지만 가스 가격 급등으로 원가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 씨는 “짬뽕 한 그릇 만들려면 웍질(중국 음식을 조리할 때 쓰는 냄비에 재료를 넣고 불맛을 내는 행위)만 40번 넘게 해야하는데 그게 다 돈”이라며 “불맛을 줄이면 손님이 실망하니 높은 가스비를 그대로 감당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가 상승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 여파가 소상공인을 덮치고 있다. 전기료와 가스비가 함께 오르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서 막 벗어나기 시작한 소상공인에게 다시 타격을 주고 있다.

7일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업무난방용 가스 도매요금은 MJ(메가줄) 당 34.69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57.6% 급등했다. 보일러 등에 사용하는 실내등유 가격도 1478.01원(6일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날(1140.45원) 대비 약 30% 높아졌다. 전기난방 및 가게 운영에 들어가는 전기료도 상승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전기료는 지난해보다 29.5% 상승하며 1981년 1월 36.6% 상승한 이래 42년만에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업종 특성 상 가게 내 일정 온도를 유지해야하는 소상공인들은 난방비 인상 충격을 그대로 떠안고 있다. 서울 동작구에서 파충류 분양숍을 운영하는 이모 씨는 일단 이번 겨울만 넘기자는 심정으로 버티고 있다. 그는 “파충류는 사육장 내 온도를 25~27도로 유지하지 않으면 폐사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온도를 유지하는데, 난방비가 지난해보다 30% 가량 늘었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업종은 폐업까지 고려하지만, 그나마도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 은평구에서 목욕탕을 운영하는 A 씨는 “아무리 작은 목욕탕도 폐업하려면 최소 1억 원은 든다”며 “코로나19도 버텼는데 이제는 버틸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자체적으로 에너지 비용을 줄이는 ‘에너지 다이어트’에 나서기도 한다. 경기 파주시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B 씨(29)는 “손님이 없으면 아예 가게 내부 난방을 꺼 놓고, 추워도 옷 한 벌 더 입고 나오는 것으로 버틴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시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김모 씨(36)는 “24시간 내내 컴퓨터를 쓰는 PC방 특성상 전기료가 많이 든다”며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야간 아르바이트생을 내보내고 아예 가게에서 숙식하며 일하는 주인들이 많다”고 전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