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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시신 계속 밀려와”…5700채 붕괴, 구조중 또 와르르

입력 | 2023-02-07 21:33:00


Getty Images

“신이시여, 우리가 무엇을 했기에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튀르키예(터키) 남동부와 시리아 북부 일대를 강타한 지진 피해를 직격으로 받은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주에서 6일(현지 시간) 가족과 함께 겨우 탈출한 무함마드 하이 카도르 씨는 이렇게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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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도르 씨는 이날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축구장 크기의 건물 일대가 전멸했다. 주위는 사람들의 울음소리 뿐이었다”며 “(내전) 공습 당시 같은 피 냄새가 났다”고 전했다. 이들리브주 한 의사는 “50구 넘는 시신이 병원 복도에 쌓였다. 대부분 아이들이었다”면서 “계속해서 또 다른 시신이 들어왔다”고 NYT에 밝혔다.

규모 7.8, 7.5의 강진과 7일까지 이어진 도합 130차례 여진은 건물들을 순식간에 무너트렸다. 영국 스카이뉴스가 공개한 현장 영상에서는 진앙인 튀르키예 남부 가지안테프에서 동쪽으로 약 140㎞ 떨어진 샤르우르파주 할릴리예 7층 건물이 굉음과 함께 10초 만에 붕괴되는 모습이 포착됐다. 동부 말라티야에서는 현장 생중계를 하던 튀르키예 방송 취재진 너머로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장면이 고스란히 송출됐다. 일부에서는 여진으로 건물 일부가 내려앉아 구조하던 사람들을 덮쳐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지진이 부른 정전과 영하 5도까지 떨어진 추운 날씨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잇단 여진 때문에 컴컴한 거리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다. 대다수는 두터운 옷가지 하나 챙기지 못하거나 신발조차 없었다. 6일 밤 튀르키예 피해 지역 곳곳에서는 무너진 건물 목재로 피운 모닥불 주위에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모여 몸을 녹이는 경우가 많았다.

구조대가 도착하지 않거나 장비가 부족해 수색 작업을 시작하지 못한 곳도 많았다. 남동부 카흐라만마라슈에 사는 남성은 7일 “어머니가 어제부터 24시간째 (잔해 속에) 갇혀 있다. 아침에 구조대가 온다고 했지만 소식도 없다. (구조) 시스템이 열악하다”며 울먹였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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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교민들에 따르면 이날 남부 하타이 거리는 잔해에 묻힌 가족 친지 이름들을 부르는 울부짖음과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로 가득했다. 정전은 물론이고 전화나 인터넷 연결도 수시로 끊어졌다. 도심 도로는 도시를 빠져나가려는 차량과 지인과 친척들을 구하려고 들어오는 차량으로 마비됐다고 한다. 하타이에 거주하는 안바울 안디옥교회 목사는 “(3층짜리) 교회 건물 2, 3층이 무너졌다”며 “거세게 비가 왔지만 여진이 두려워 동 틀 때까지 교회 밖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문화재도 다수 훼손됐다. 가지안테프 랜드마크인 2200년 역사의 가지안테프 성도 성벽과 망루 등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800년 가까이 온전하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시리아 알레포 성채도 일부 훼손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6일부터 일주일간을 국가 애도 기간으로 선포했다. 또 피해 복구에 집중하기 위해 13일까지 전국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