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제4차 중장기 보육발전계획
경기 시흥시에서 10년 동안 가정 어린이집을 운영했던 이모 씨(56)는 지난해 말 문을 닫았다. 저출산의 여파로 한때 20여 명이었던 원아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김 씨는 “원아가 계속 줄더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로 예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며 “교사를 줄이면서 버텼지만 한계라고 생각해 폐원을 결정했다”고 했다.
경기도가 민간 보육시설의 공백을 채우고 보육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2026년까지 국공립 어린이집 700여 곳을 만들고 ‘0세 전용 어린이집’도 50곳 더 늘리기로 했다. 도는 이런 내용을 담은 ‘제4차 경기도 중장기 보육발전계획’을 7일 발표했다.
●경기도 “국공립 매년 170개 이상 확충”
최근 도의 영유아 수와 어린이집 수는 모두 급감하는 추세다. 경기도 내 0∼5세 영유아는 2018년 67만7880명에서 지난해 말 53만3496명으로 21.3% 줄었다. 민간·가정 어린이집도 같은 기간 27.1% 줄어들었다.이에 도는 1508억 원을 들여 국공립 어린이집을 2026년까지 매년 170곳 이상 늘리기로 했다. 도 관계자는 “신축과 리모델링, 매입, 장기임차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릴 것”이라며 “도내 전체 어린이집 중 국공립 비율을 현재 34%에서 2026년 5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도가 2008년부터 운영 중인 ‘0세 전용 어린이집’도 2026년까지 50곳을 더 늘려 총 370곳을 운영할 계획이다. 0세 전용 어린이집은 24개월 미만 아동을 전문적으로 돌보는 기관이다.
●보육교사 처우도 대폭 개선
기존 민간·가정 어린이집의 시설과 서비스 수준 향상도 돕기로 했다. 도는 올해부터 민간·가정 어린이집 1곳당 최대 300만 원의 환경개선비를 지원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오래된 장판과 도배 등을 새로 하거나 시설을 개선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보육교사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처우 개선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먼저 신규 채용 보육교사의 인건비 일부를 도비로 지원하기로 했다. 보육교사가 휴가를 제대로 쓰고 충분히 휴식할 수 있도록 보조 및 대체교사 운영을 늘리고, 각종 행정 업무에 따른 부담도 줄일 계획이다. 또 ‘보육교직원 고충처리 창구’를 운영하며 보육교사들이 부당한 처우를 받을 경우 도 차원에서 돕기로 했다.
보육교사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만 3세 반의 경우 교사 1명당 아동 비율을 15명에서 10명으로, 만 4세 반은 교사 1명당 20명에서 15명으로 줄일 계획이다.
지주연 경기도 여성가족국장은 “보육교사의 권익을 보호하고 인권을 존중하는 문화가 곧 최선의 보육환경을 만들 수 있다”며 “거주 지역 등에 관계 없이 영유아가 잘 성장할 수 있는 어린이집 환경을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진 기자 lk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