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노조를 바꾼다] 2030세대가 바라는 노조 “직원복지 확대” “임금 인상” 등 노조 역할로 ‘근로조건 향상’ 꼽아 무리한 요구 내세운 투쟁엔 거부감… 세력확장-상급노조 개입에도 싸늘 전문가 “노조도 시대 맞춰야 생존”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자신들이 주축이 될 노동조합(노조)이 ‘근로환경 개선’처럼 당장 피부에 와닿는 변화에 집중해주길 바라고 있다. ‘실리’보다는 ‘투쟁’에 방점을 찍는 현 노조 및 노동계의 주장들이 이들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미래 세대의 달라진 ‘노조인식’이 정치 구호와 세력 확장에 매몰된 현 노동계에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노조의 제1역할은 ‘근로환경 개선’
지난해 쿠팡 노조는 대형 화물차가 드나드는 야외로 뚫린 형태의 물류센터에 “에어컨을 설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회사 측은 에어컨이 설치된 휴게실이 마련돼 있으니 야외 근무 환경에서 더 효과적인 이동식 냉풍기나 서큘레이터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노조 측은 즉각 본사 로비를 한 달여 점거하는 실력 행사에 나섰다. 이러한 무리한 요구가 낳는 악순환은 노동자의 실익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MZ세대의 시각인 셈이다.
●비상식적 노조 활동 거부감 “실리-투명성 중요해”
2021년 말 시작된 택배노조 파업은 법적으로 화장실 설치가 금지된 부지에 화장실을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시발점이었다. 대리점주가 해결해 주지 못하자 노조는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 절차를 밟았다. 이 파업은 18일간의 CJ대한통운 본사 점거 사태로까지 번졌다.노조의 세력 확장을 위한 요구와 쟁의 행위도 20, 30대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민노총과 한국노총이 ‘제1 노조 지위’를 놓고 힘 싸움을 벌이면서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민노총은 “한국노총 조합원보다 단 0.1%라도 임금을 더 올려줘야 파업을 멈추겠다”며 동일한 인상률을 제시한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소속 30대 직원 A 씨는 “회사 실적은 악화되고, 직원들은 반목하고, 웃는 건 갈등을 기획한 양대 노총뿐”이라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본보 설문조사에서 ‘최근 일어난 가장 불합리한 노조 쟁의 활동’으로 꼽힌 것은 화물연대 총파업(32.4%)이었다.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 요구가 공감을 얻지 못했고, 주유소 기름이 동나는 등 서민 피해가 커져서다. 작년의 1, 2차 화물연대 파업은 총 4조6200억 원대의 경제적 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MZ세대가 중시하는 가치가 실리와 투명성이라며, 이를 만족하지 못하는 노조는 강하게 거부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민주적인 소통 방식에 익숙한 세대인 만큼, 노조가 불합리하고 무리한 요구를 앞세워 불법 파업과 같은 폭력적 쟁의 행위를 할 경우 강한 반발에 부딪힐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규준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 책임연구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블라인드 등으로 언제 어디서든 투명하게 노조 활동을 보고 질문하는 시대”라며 “노조 운동은 젊어졌다. 새로운 시대 기준에 맞추지 못하면 어떤 노조라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