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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정통보수’ vs 안철수 ‘수도권’…승부처는 84만 당원 ‘투표율’ [고성호 기자의 다이내믹 여의도]

입력 | 2023-02-08 14:00:00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오른쪽)과 안철수 의원이 지난 7일 서울 강서구의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45.3%’

국민의힘은 2021년 6월 11일 전당대회에서 당원 투표율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4년 김무성 전 의원과 서청원 전 최고위원이 맞불었을 당시 최고 투표율 31.7%를 훌쩍 뛰어넘었다.

당시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돌풍과 나경원 전 의원, 주호영 의원 등 당내 유력 중진 인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2022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권 교체를 바라는 당원들이 전면적 변화를 선택하면서 원내 경험이 전혀 없던 이 전 최고위원이 30대 당 대표로 선출됐다.

이런 가운데 오는 3월 8일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투표율이 낮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21년 전당대회와는 달리 나 전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등 당권 주자들의 불출마가 이어지면서 당원들의 관심도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투표율이 30%대에 머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 전당대회는 3파전으로 펼쳐졌지만 이번 전당대회는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고, 나 전 의원과 유 전 의원이 불출마하면서 비윤(비윤석열)계 표심이 선거에 참여할 요인이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전당대회 당원 투표율은 2017년 25.2%, 2019년 25.4%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이번 전당대회는 적극 지지층 중심의 투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 안팎에선 투표율이 낮을 경우 상대적으로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받는 김 의원이 유리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 주류인 친윤계 지지를 받는 가운데 투표율이 낮을수록 조직력의 힘이 더 강하게 발휘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지지층의 경우 오랫동안 국민의힘에서 의정 생활을 해온 김 의원을 선호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왼쪽)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국회정각회 신년 법회에 참석하는 스님들에게 합장하고 있다. 뉴시스


반면 안 의원은 전당대회에 관심이 적거나 중도 성향을 가진 당원들이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윤 대통령과 대립 구도를 피하고 중도층과 수도권, 청년 등의 표심에 호소하며 전당대회 관심도를 높이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안 의원은 윤 대통령과의 연대를 뜻한 ‘윤안 연대’와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등 발언으로 대통령실로부터 공개 비판을 받은 뒤 “해당 표현을 쓰지 않겠다”며 한발 물러선 상태다.

하지만 안 의원은 대통령실과의 갈등이 재차 불거질 경우 윤심이 없는 후보를 넘어 반윤(반윤석열)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친윤이 아닌 비윤 당권 주자로서 당심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놓인 셈이다.

일각에선 친윤 진영의 전방위적 압박이 지속될 경우 당원들에게 동정 여론이 흐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두 주자는 공약 등을 제시하며 당심 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7일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저는 이 당 저 당을 기웃거리지 않고 한 번도 탈당하지 않고 정통 보수의 뿌리를 지켜온 사람”이라며 “당정 조화로 국정 에너지를 극대화시키고 정부의 성공을 확실하게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8일 불출마를 선언한 나 전 의원과의 회동과 관련해 “정통 보수 뿌리를 지켜온 당원들에게는 매우 의미가 큰 것”이라며 “정통 보수의 뿌리를 지켜가자는 마음이 더 빠른 속도로 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왼쪽)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부산고 재경 동문 모임인 청조포럼에 참석해 동문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반면 안 의원은 비전발표회에서 “수도권에서 민주당을 궤멸하고 반드시 170석 총선 압승을 이루겠다”며 “당원 동지 여러분 아마도 걱정이 많겠지만 안철수를 총선 압승의 도구로 써 달라”고 말했다.

그는 8일 경기 평택에서 열린 당원 간담회에서도 “총선은 수도권 민심을 가장 잘 아는 내가 지휘해야 승리할 수 있다”며 “저는 3번의 수도권 선거에서 승리한 만큼 수도권 유권자를 누구보다 잘 아는 당 대표 적임자”라며 말했다.

두 주자는 주도권을 잡기 위해 한 치의 양보 없는 기싸움도 벌이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간첩’ ‘신영복’ ‘사드 배치’ ‘햇볕정책’ 등에 대한 안 의원의 과거 발언을 거론하며 “과연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국민의힘 정신에 부합하는 생각과 소신을 가지고 있느냐는 근본적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며 “당 대표에 도전했다면 당의 정체성, 당원 정신과 전혀 다른 언행에 대해 한 번은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그러자 안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저를 공격하는 마타도어, 색깔논쟁에 대해 한 말씀 드리겠다. 제가 짧은 기간 공동 야당 대표를 했던 건 대한민국이 다 아는 사실이며 그 당시 행보로 공격하는 건 옳지 않다”며 “그 직후 야당의 문제점을 알고 당을 나왔고,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와 대선 두 번에 걸쳐 제 모든 것을 바쳐 정권교체에 힘을 보탰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자신의 중도사퇴 소문과 관련해선 “1위 후보가 사퇴하는 거 봤느냐”고 일축했다.

이번 전당대회는 ‘당원 투표 100%’로 투표로 진행된다. ‘당원 투표 70%, 일반 국민여론조사 30%’에서 일반 국민여론조사 비중을 없앤 것으로 당권 주자들은 전통적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 지역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과 당 지도부가 지난 7일 서울 강서구의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경태 의원, 윤상현 의원, 황교안 전 대표, 안철수 의원, 천하람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당협위원장, 김기현 의원,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유흥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김석기 사무총장.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은 9일 책임당원 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여론조사를 마무리하고 10일 본경선에 진출할 4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어 합동연설회와 방송토론회 등을 거친 뒤 책임당원 78만 여명을 포함해 84만 명에 육박하는 당원들을 대상으로 다음 달 4일부터 7일까지 모바일과 자동응답시스템(ARS) 투표를 진행한다.

하지만 본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 2위 후보끼리 한 번 더 겨뤄 최종 승자를 가리는 결선투표가 진행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결선투표는 다음 달 9일 양자토론회를 거친 뒤 10일과 11일 이틀 동안 모바일과 ARS 투표 방식으로 진행되며, 12일 투표 결과가 발표된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