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쌍방울그룹 실소유주인 김성태 전 회장(수감 중)이 8개월 간의 해외도피 중 태국 유명 휴양지에 있는 2층 규모 풀빌라에 머물면서 한국에서 유명 가수를 불러 생일파티를 여는 등 ‘황제 도피’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쌍방울 임직원 12명의 범인도피 및 증거인멸 등의 혐의 공소장에는 이 같은 상황이 고스란히 적시돼있었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5월 검찰 수사관 출신 쌍방울 임원 지모 씨로부터 수원지검의 쌍방울관련 수사기밀 자료를 건네받은 뒤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보고 5월 31일 싱가포르로 출국해 한 특급 호텔에 머물렀다고 한다. 이후 김 전 회장은 태국 파타야로 거처를 옮겼다. 김 전 회장은 외부에 노출될 것을 꺼려 한인식당에도 가지 못하는 등 음식 문제로 힘들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소장에는 쌍방울 측이 어떻게 증거를 인멸했는지도 나와 있다. 김 전 회장의 동생 쌍방울 부회장 김모 씨(수감 중)는 2021년 10월 한 언론에서 쌍방울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법인카드를 제공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곧바로 사무실 PC를 망치로 부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해 11월에는 쌍방울 재경팀 소속 직원이 사무실에서 근무를 계속하자 “빨리 나가라고 그래”라며 고성을 질러 직원을 내쫓은 뒤 증거를 인멸했다고 한다.
구민기기자 koo@donga.com
장은지기자 j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