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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경상수지 흑자 298억 달러… 11년만에 최저

입력 | 2023-02-09 03:00:00

반도체 등 수출부진에 3분의 1 토막
상품수지 150억 달러… 80%나 줄어
여행 수요 늘며 서비스수지 적자↑
“불확실성 높아 올해 전망도 어두워”




반도체 등의 수출 부진으로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300억 달러를 밑돌며 11년 만에 최저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올해도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와 해외여행 증가로 경상수지 흑자 폭이 지난해를 밑돌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298억3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852억3000만 달러)의 약 3분의 1 수준으로 2011년(166억3800만 달러) 이후 가장 작은 규모다. 코로나19 충격이 심했던 2020년(759억 달러), 2021년(852억3000만 달러)보다도 부진한 성적이다.

수출입 상황을 보여주는 상품수지가 3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간 게 뼈아팠다. 지난해 10월(―9억5000만 달러), 11월(―10억 달러)에 이어 12월 4억8000만 달러 적자를 냈다. 결국 지난해 상품수지는 150억6000만 달러로 전년(757억3000만 달러)보다 80%나 감소했다. 수입의 증가세가 수출을 압도한 영향이 컸다. 지난해 수출은 6904억6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6.3% 증가한 반면 수입은 17.7% 늘어난 6754억 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수출이 글로벌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석유제품과 승용차,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증가했으나 원자재 수입이 가격 급등 영향으로 늘고 자본재와 소비재 수입도 내수 회복 등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완화로 여행 수요가 폭발하며 서비스수지 적자 폭도 커졌다. 지난해 서비스수지 적자는 55억5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억6000만 달러 늘어났다. 해외 여행객이 급증하면서 여행수지 적자가 전년보다 9억 달러 늘어난 79억3000만 달러에 달한 탓이다.

그나마 임금, 배당, 이자와 관련된 본원소득수지가 사상 최대치인 228억8000만 달러 흑자를 내면서 경상수지 흑자의 버팀목이 됐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 현지법인으로부터 받은 배당이 늘면서 배당소득수지 흑자는 144억4000만 달러에 달했다.

배당소득에서는 지난해 12월에만 전월(9억 달러)의 약 5배 수준인 44억9000만 달러 흑자를 봤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12월 경상수지는 26억8000만 달러 흑자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물가, 공급망 재편 등 여전히 세계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 올해 경상수지 전망 역시 밝지 못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김영환 한은 경제통계국 부국장은 “경상수지는 에너지 수입 흐름, 주요국 경기 등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대외 여건 불확실성이 높아 당분간 매월 흑자 여부를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분석도 엇갈리고 있다. 두 기관은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경상수지를 각각 210억 달러, 280억 달러로 추정했다. 한은은 수입 감소와 하반기 수출 부진 완화로 경상수지 흑자가 최종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 반면 기재부는 해외여행 등으로 인한 서비스수지 적자로 경상수지 흑자 폭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