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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수립 후 75년간 유지돼 온 한국 외환시장의 빗장이 내년 하반기부터 완전히 풀린다. 해외에 있는 외국 금융기관이 처음으로 국내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오후 3시 30분인 외환시장 마감 시간도 런던 금융시장에 맞춰 오전 2시로 연장된다. 외환시장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때 자유변동환율제를 도입한 이후 가장 큰 변화다. 그제 정부는 이런 내용을 포함한 ‘외환시장 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한국은 외환위기의 트라우마 때문에 환율 안정에 초점을 두고 외환시장을 보수적으로 운영해 왔다. 하지만 무역 규모 등이 선진국 수준인 지금은 폐쇄적인 외환시장이 자본·금융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국내 거래의 제약 때문에 기형적으로 성장한 역외 시장의 투기 거래가 환율 안정성을 해치는 측면도 있었다. 외환시장이 열리면 원화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와 거래량이 늘어나고 자금 흐름이 원활해져 환율 변동성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시장의 신뢰가 높아져 국내 증시의 고질적 현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내 외환시장이 고도화된 금융기법과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외국 자본의 놀이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외국 자본의 영향력이 커지고 투기성 자금 유입이 많아져 환율 변동성이 오히려 확대될 수도 있다. 특히 유동성이 적은 야간 시간대에 ‘큰손’들이 작정하고 움직이면 시장이 크게 출렁일 수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환율 변동성에 취약하기 때문에 부작용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