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박물관 ‘2032 월지 프로젝트’ 10년 대장정 본격 착수 통일신라의 모든 것 담긴 ‘타임캡슐’ 수장고 대기 유물 등 전량 재분석 ‘금동 귀조각-반가사유상’ 관계 등 당대의 생활문화사 총체적 이해
“월지(月池)에는 ‘통일신라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양은경 부산대 고고학과 교수의 말이다. 삼국을 통일한 신라 문무왕이 별궁인 동궁을 지으며 674년 조성한 경북 경주시 월지에서는 1974년부터 2년간 실시한 발굴조사에서 토기와 기와, 금속공예품, 불상, 목간(木簡) 등 3만3292점에 달하는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유물의 양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국립경주박물관 전시장에 선보인 1200여 점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부분 수장고에서 연구를 기다리고 있다.
‘왜 이토록 많은 유물이 못에 잠겨 있었나’, ‘파편으로 발견된 유물의 전모는 어땠을까’…. 국립경주박물관이 올해부터 월지의 미스터리를 푸는 작업에 본격 착수한다. 2032년까지 10년 동안 경주 월지 출토 유물 전량을 재조명하고 분석하는 ‘2032 월지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경주박물관을 6일 찾아 ‘월지 미스터리’ 실타래의 한 가닥을 풀어봤다.
경북 경주 월지에서 출토된 금동 귀 조각 2점(위 사진)은 국보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아래 사진·83호)과 귀 형태가 유사해 귀 조각이 붙어 있던 불상은 높이 1m가량의 좌상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국립경주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경북 경주 월지에서 출토된 금동삼존판불(위 사진)과 금동화불 6점(아래 사진). 월지에서 출토된 판불 10점과 화불 282점은 하나의 예술품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1000점이 넘는 문양 벽돌도 연구 대상이다. 이날 기자가 국립경주박물관 수장고에서 살펴본 벽돌 1점은 일부가 부서진 채로 단면이 드러나 있었다. 조효식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단면을 가리키며 “자세히 보면 총 3겹으로 덧대 바닥을 견고하게 다진 흔적이 보인다”며 “백제 벽돌보다 2㎝가량 더 두꺼운 통일신라의 벽돌 제작 기법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박물관은 월지 출토 유물의 깨진 단면과 뒷면까지 디지털 아카이브에 올려 유물 제작기법에 대한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다.
함순섭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월지 연구는 당대의 생활문화사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라며 “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물론 신라사학 전문가들과 협업해 월지의 비밀을 풀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주=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