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안 탄핵소추안 가결 李, 헌재 결정 때까지 직무정지 野 “이태원 참사에 무책임 일관” 與 “이재명 방탄용… 꼼수 연속”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사진)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8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국무위원 탄핵소추안 가결은 75년 헌정사상 처음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 3당이 주도한 탄핵안 처리에 대통령실은 “의회주의의 포기” “의회 독재”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도 “이재명 방탄용”이라고 거세게 반발하는 등 ‘탄핵 정국’ 후폭풍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진표 국회의장(왼쪽)이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진행된 탄핵소추안 의결에 반발하며 국민의힘 의원들은 “169석 협박정치를 중단하라”며 야당을 규탄했다.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은 75년 헌정 사상 처음이다. 뉴스1
박홍근 원내대표는 8일 표결 후 기자들과 만나 “당 의원들은 이 장관의 책임을 국민을 대신해 묻는 것에 예외 없이 동참했다”고 했다. 정의당 김희서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본회의에서 소속 의원 전원이 참여해 찬성 표결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탄핵안 가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의회주의의 포기”라며 “의정사에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민주당의 탄핵소추야말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거야(巨野)의 폭거’”라며 “탄핵 사유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는 사실상의 ‘대선 불복’ ‘의회 독재’와 같다”고 했다.
이날 국회 국무위원실에서 대기하다 탄핵소추안 가결 뒤 국회를 떠난 이 장관은 입장문을 통해 “국민이 국회에 위임한 권한은 그 취지에 맞게 행사돼야 한다”고 비판하며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176석 野3당 전원 참석해 탄핵 몰표… 115석 與 결집 역부족
초유의 장관 탄핵
찬성 179표-반대 109표로 가결
野, 의사일정 바꿔가며 표 단속… 野성향 일부 무소속도 찬성표
與 박진-권영세 장관도 표결 참여
●野 3당 전원 참석·與 권은희 찬성표
이날 오후 2시 개의한 본회의에서는 국민의힘에서 요구한 ‘탄핵소추안의 법사위로의 회부 동의의 건’이 부결되자마자 민주당에서 요구한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이 상정됐다. 대정부질문에 앞서 탄핵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안건 순서를 변경해 달라는 것이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대정부질문을 먼저 하고 탄핵안을 표결하겠다고 이날 오전 공개적으로 밝혔음에도 민주당이 반발하며 일정 변경안을 올렸다. 국회 관계자는 “저녁 늦게 끝나는 대정부질문 이후 표결에 부치면 이탈표를 관리할 자신이 없으니 의사일정 변경 압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의사일정 변경안 가결 이후 표결이 진행된 탄핵소추안은 재석 293명 중 찬성 179명, 반대 109명, 무효 5명으로 통과됐다. 의결정족수인 150명(재적 의원 과반수)을 무리 없이 넘긴 것을 두고 야권은 “불참자 없이 전원 참석했다. 이탈표가 없었다”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공동 발의한 야 3당 외에 범야권 성향 무소속 7명 중 일부가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의원을 겸한 박진 외교부 장관, 권영세 통일부 장관까지 표결에 참여했다. 이태원 참사 직후 이 장관의 사퇴를 주장했던 당권 주자 안철수 의원도 오후 계획했던 지방 방문 일정을 막판에 취소하고 본회의에 참석했다. 뇌물 혐의로 법정 구속 중인 정찬민 의원 외에 조경태 정운천 임병헌 의원 등은 지역 일정 등의 사유로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표결 전 다른 일정을 이유로 이석했다.
본회의장에선 내내 여야 의원들 간 고성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가 ‘이재명 방탄용 탄핵’이라며 30분 넘게 발언을 이어가자 야당 의원석에선 “내려와라”라는 반발과 야유가 터져 나왔다. 송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손바닥을 보이며 “반사”라고 외쳤다.
●與 “의회권력 남용” 野 “헌정사 부끄러운 정권”
여야는 탄핵안 가결 후 본회의장 밖에서도 ‘장외 공방’을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탄핵안 가결 직후 곧장 본회의장에서 퇴장해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브레이크가 없거나 고장 난 대형 트럭은 흉기로 변한다. 민주당이 지금 딱 그 모습”이라고 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오늘은 (민주당이) 국민이 부여한 의회 권력을 남용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표결 뒤 “윤석열 정권이야말로 헌정사에 가장 부끄러운 정권이 될 것”이라며 “정부가 감당해야 할 일을 국회가 수습했는데,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아무 말이나 하면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탄핵안이 처리된 직후 이태원 참사 유족을 만나 위로했다.
다만 민주당 내에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헌재가 탄핵소추안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릴 경우 정치적 파장이 클 것이란 우려가 여전하다. 한 재선 의원은 “헌재 결정이 언제 나올지가 관건이 될 텐데, 지금도 정부 여당에서 명확한 탄핵 사유가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만약 기각될 경우 야당이 숫자를 앞세워 정치적 공세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