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인상 등으로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이 4조6000억원 줄면서 역대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또 수시입출식예금에서 60조 가까이 빠져나갔고, 예금금리 하락으로 은행권 정기예금도 9000억 가량 줄었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1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 1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53조4000억원으로 한 달 전 보다 4조6000억원 줄어 한 달 만에 감소 전환했다. 이는 2004년 관련 통계 속보치 작성 이후 가장 큰 폭 감소한 것이다. 직전 최대 감소폭은 2012년 1월에 기록한 -2조8000억원 이었다.
1월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은 전월과 같은 수준을 보인 반면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큰 폭 줄었다.
지난달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대출은 4조6000억원 감소한 253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12월부터 14개월 연속 감소한 것이다. 전달 2조9000억원 감소했던 것과 비교해 감소폭이 확대된 것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두번 째로 큰 폭 감소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금리 상승과 차주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 등 강화된 대출규제 영향이다. 여기에 명절 상여금 유입 등 계절적 요인까지 가세하면서 감소폭이 확대됐다.
윤옥자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주담대는 전세자금 대출이 상당폭 줄고, 개별대출 증가규모가 축소되면서 전월말 수준을 유지했고, 기타대출은 대출금리 상승과 정부의 차주단위 DSR 3단계 시행 등 대출 규제, 연말 상여금 유입 등으로 큰 폭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계대출이 줄어들고 있는 부분은 한은의 정책적으로 의도한 부분이 영향을 미쳐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차장은 “금리 수준도 높아지고 부동산 경기도 부진한 편이어서 주택담보 대출의 신규자금 수요도 현재로서는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하지만 집단대출 관련된 이주비, 중도금 대출 수요가 있을 수 있고 전세자금 대출도 봄 이사철을 맞아 다시 늘어날 수 있어 감소세가 지속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기업대출 다시 증가 전환했다. 지난달 기업대출은 전월 말 대비 7조9000억원 증가한 1178조2000억원으로 집계돼 한달 만에 다시 증가 전환했다. 기업의 연말 재무비율 관리 등을 위한 일시상환분 재취급, 부가가치세 납부 수요 등 영향이다.
대기업 대출은 6조6000억원 증가한 223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대출은 1조3000억원 증가한 954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자영업자가 주로 빌리는 개인사업자대출은 9000억원 감소한 441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개인사업자대출은 1월 기준으로 관련 통계 작성이후 처음 감소했다.
윤 차장은 “대기업은 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일시상환분 재취급과 부가가치세 납부 수요로 늘었고, 중소기업은 부가가치세 납부 관련 자금 수요 등으로 중소법인대출을 중심으로 증가 전환했다”며 “개인사업자대출은 높은 대출금리, 부동산 매입 관련 자금수요 둔화 등의 영향으로 감소폭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올 1월 기준 예금은행의 수신 잔액은 2198조원으로 전달 보다 45조4000억원 줄었다.
이 가운데 정기예금이 9000억원 줄어 2개월 연속 감소했다. 전달(15조1000억원) 보다는 감소폭이 축소됐다. 예금금리가 하락하면서 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신협·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등 시중의 자금이 은행으로 몰려 들었던 ‘역머니무브’가 둔화하고 있다. 수시입출식예금도 59조5000억원이 빠져나가면서 통계작성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윤 차장은 “수시입출식의 경우 은행들은 자금조달 유인이 있을 경우 금리를 주면서 법인자금 중심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한 자금을 조달할 유인이 약화되면서 전월 일시적으로 유입된 법인자금이 유출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며 “정기예금도 예금금리 하락 등으로 전달에 이어 감소세를 이어갔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