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헷갈리는 집값… 낙폭 줄어드나 커지나 [횡설수설/김재영]

입력 | 2023-02-09 21:30:00


한동안 줄어들던 서울 아파트 값 하락 폭이 이달 들어 다시 커졌다. 낙관과 비관이 교차하던 부동산 시장에서 다시 비관론이 고개를 드는 양상이다. 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첫째 주(6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값은 전주보다 0.31% 내렸다. 1월 마지막 주(―0.25%)보다 낙폭이 커졌다.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 0.74% 떨어진 이후 5주 연속으로 낙폭을 줄여가다 6주 만에 다시 하락세가 커진 것이다. 규제지역을 해제하고 대출 제한을 푼 정부의 규제완화 조치가 약발을 다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요즘 실수요자들은 헷갈리는 신호에 혼란스럽다. 한쪽에선 거래 가뭄이 점차 해소되면서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1000건을 넘어섰다. 일부 매도인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높이는 분위기도 있다. 반면 지난해만 전국 미분양이 5만 채 증가하고, 고점보다 수억 원 떨어진 거래가 이뤄지는 등 약세장의 모습은 여전하다. 분양 시장 침체로 이달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도 크게 줄었다.

▷정부와 민간의 엇갈리는 통계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5주간 집값 하락 폭이 줄었던 부동산원 통계와 달리 민간 통계는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KB부동산 동향에 따르면 1월 첫 주 0.33%이던 서울 아파트값 하락 폭이 마지막 주엔 0.51%까지 늘었다. 1월 서울 아파트값이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크게 떨어졌다고도 했다. 작년 집값에 대한 평가도 달랐다. 부동산원은 서울 집값이 7% 하락했다고, KB는 3% 떨어졌다고 했다. 집값이 많이 빠져 바닥에 가까워진 건지, 아직 하락할 여지가 많은 건지 관측이 갈린다.

▷한쪽 눈으로만 보면 판단하기 어려운 게 요즘 부동산 시장이다. 매일 거래되는 공산품이 아닌 부동산 시세를 주식 시세표 보듯 단기 흐름만으로 판단하는 건 섣부르기도 하다. 아직 거래량이 적어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급매 거래만 보면 하락세가 두드러져 보이고, 여전히 높은 호가만 보면 집값이 생각보다 안 떨어진 것 같다. 더 저렴한 매물을 원하는 매수자와 가능한 한 비싸게 팔려는 매도자 간의 힘겨루기가 길어지고 있다.

▷많은 전문가는 당분간 급매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면서 올해는 하락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본다. 가격이 떨어졌다고는 해도 실수요자들이 접근하기에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연착륙을 이유로 추가 규제 완화를 서두를 때는 아닌 듯하다. 2021년 집값이 급등했을 때는 서울 집값이 버거워 서울을 떠나는 ‘서울 엑소더스’ 현상이 극심했다. 집값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원치 않게 외곽으로 밀려나는 절망을 막을 수 있다.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