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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석의 실전투자]침체기엔 똘똘한 한채도 경매 유찰

입력 | 2023-02-10 03:00:00

아파트값 작년 이후 떨어져 있고
주담대 금리 내리며 통화량 증가
기준금리 하락땐 집값 반등 예상
실수요자들 내집마련 나서 볼만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


회사원 A 씨는 맞벌이 부부다. 10년 전 결혼할 때부터 지금까지 전셋집에 살고 있다. 5년 전 내 집을 마련할 기회가 있었지만 번번이 아내 얘기를 귀담아듣지 않는 바람에 그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래서 올해는 꼭 내 집을 마련하려고 한다. 하지만 아파트 가격이 내려가고 있어 매수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회사 동료가 매수자 우위 시장에서는 내 집 마련의 좋은 기회라며 시세보다 10∼20% 정도 싸게 살 수 있는 경매로 사라고 권유해 귀가 솔깃해졌다.

원칙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때는 경매를 통해서도 아파트를 싸게 살 수 있다. 아파트 감정 시점과 매각 시점이 최소 6개월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경매에 들어간 아파트 감정가액이 1억 원에 정해지고, 6개월 이후 매각이 진행될 때 시세가 5000만 원 올랐다면 그 상승한 가격만큼 시세보다 싸게 매수할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가격 하락기의 경매 시장은 썰렁하다. 자칫하면 경매 이후 가격이 더 떨어져 시세보다 비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요 경매 지표인 매각건율, 매각가율, 경쟁률 등이 떨어진다. 이런 특성 때문에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미래가치가 있는 아파트가 분명한데도 시장 분위기에 편승해 1∼2차례 유찰되기 일쑤다.

최근 경매로 매각된 물건 가운데 서울 여의도에 소재한 미성아파트(서울남부지방법원 2022타경682)가 있다. 1차 감정가가 2022년 3월 26일 19억2500만 원에 정해졌고, 매각이 진행됐지만 1차는 유찰된 상태였다. 그런데 올해 1월 17일 2차 매각기일에 15억7799만 원에 매각되었다. 물론 입찰자는 1명이었다. 단독 입찰에 참여한 매수자는 1차 감정가 대비 83%에 매수했다. 시세가 19억 원(KB국민은행 기준) 정도인 아파트를 경쟁자 없이 3억2000만 원 정도 싸게 매수한 셈이다.

부동산은 개별성과 부동성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아파트 가격이 동일하게 하락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하락기라고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가격이 다르게 하락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가격이 상승해 신고가를 경신하는 아파트도 있다. 경매 물건으로 나온 미성아파트가 그랬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수억 원씩 떨어지는 상황에서 해당 아파트 시세는 1차 감정가 대비 2500만 원 정도 미미하게 떨어졌다. 이런 아파트라면 집값 하락기에도 경매로 매수하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

일반적으로 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요소는 금리와 주택 공급 물량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규 대출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해 10월 기준 4.82%, 11월 4.74%, 12월 4.63%로 떨어지는 추세다. 여기에 통화량(M2)은 늘고 있다. 2022년 11월 말 현재 통화량은 3788조 원을 넘어서면서 2021년 12월 말(3430조 원) 대비 9.45%포인트 증가했다. 유동성 증가는 부동산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지금처럼 금리가 높은 상황에선 누구라도 내 집 마련에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만약 올해 4월 이후 기준금리가 하락한다면 아파트 거래량이 본격적으로 증가하는 등 시장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자금 계획이 서 있는 실수요자라면 시세보다 싸게 경매로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것도 고려해볼 만한 시기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