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중국은 군용기와 군함으로 대만을 포위하는 무력시위를 벌였습니다. 두 국가 사이의 긴장감은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주변국인 한국과 일본, 나아가 전 세계의 이목까지 두 나라의 상황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대만은 현재 유엔이나 세계보건기구(WHO) 같은 세계 기구에도 가입을 못 하고 있고, 정식 국가 대 국가로 수교를 맺은 나라도 20개국이 채 안 됩니다. 한편 미국과 한국 등 주요 국가들은 중국이 내세우는 ‘하나의 중국’(중국과 대만은 하나다)과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존중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정책이나 연금개혁 등을 놓고 야당인 국민당과 갈등을 빚었으며, 대만 안에서도 중국과 원만한 관계를 원하는 사람들은 차이 총통이 자신의 집권을 위해 편협한 국가주의를 강요한다고 비판해 왔습니다.
이 때문에 2018년 실시된 대만 지방 선거에서 차이 총통이 속한 민주진보당은 참패했고 주석직 사퇴와 함께 재선마저 불투명해졌습니다. 위기에 처한 그를 구한 건 2019년 홍콩 사태였습니다. 민주화를 요구하는홍콩시민들에게 중국 당국이 보인 가혹한 탄압은 이제껏 중국이 표방했던 ‘일국양제’의 민낯을 보여주었습니다. 홍콩 시위를 바라보며위기의식을 느낀 대만 국민들은 친중파인 국민당에 등을 돌렸고 차이 총통은 득표율 57%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2020년 재선에 성공합니다.
차이 총통은 2기 취임이 시작된 이후에는 대놓고 반(反)중국 노선을 표방하지는 않았습니다.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중국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소통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며 대화 의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대만은 만만한 나라가 아닙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의 경제가 제자리 걸음을 할 때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제고 등을 통해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룬 나라입니다. 다만 지금은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는 국제 정세 속에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가진 중국의 위협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 정치적 소용돌이 한가운데 차이 총통이 있습니다.
이의진 누원고 교사 roserain999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