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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4월에 연금개혁안 내놓는다더니 슬슬 발 빼는 與野

입력 | 2023-02-10 00:00:00

지난해 9월 동아일보가 서울 종로3가에서 실시한 스티커 붙이기 여론조사의 한 장면. ‘국민연금 3년 늦게 받자’란 팻말에는 반대표가 많았지만 ‘손주들도 연금 받게’라는 문구를 더하자 ‘찬성’이 훨씬 많아졌다. 동아일보DB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올 4월 연금개혁안을 발표하겠다던 입장을 철회했다. “공적연금 전반에 대한 구조개혁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연금을 기초·퇴직·직역 연금 등 다른 공적연금과 연계해 개혁하는 작업부터 해야지 국민연금만을 대상으로 내는 돈(보험료율)과 받는 돈(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母數)개혁을 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상 모수개혁에서 손 떼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장기적으로 공적연금 구조 전반을 개혁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모수개혁을 통해 2055년으로 앞당겨진 연금기금 소진 시점을 늦추는 일이다. 연금특위가 3개월간 민간 자문위원회를 두고 작업해 온 것도 모수개혁이다. 정부가 국민연금 재정추계를 2개월 앞당겨 지난달 말 잠정치를 발표한 이유도 연금특위의 4월 발표 일정에 맞추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모수개혁은 5년마다 정부가 재정추계를 통해 하게 돼 있는 정부의 몫이 강하다”며 떠넘기고 있다. 그동안은 왜 모수개혁에 매달린 것인가.

국회 연금특위가 연금개혁에서 발을 빼려는 기류는 일찌감치 감지됐다. 민간 자문위가 근로자 소득의 9%인 보험료율을 15%로 인상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에 여론이 악화하자 갑자기 ‘국민 500명이 참여하는 공론화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소득대체율을 얼마로 결정할지만 남겨둔 상황에서 공론화위 얘기를 꺼낸 건 개혁안 발표를 미루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이제는 뜬금없이 구조개혁부터 해야 한다고 또 딴소리를 한다.

정부도 미덥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연금개혁을 시급한 3대 개혁 과제라고 강조하더니 “국회에서 논의해 달라”며 떠넘긴 후 정부 개혁안은 10월, 최종안은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인 2027년에나 발표하겠다고 한다.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올수록 정치적 부담이 큰 연금개혁의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국회로, 국회가 다시 정부로 연금개혁의 의무를 떠넘기는 사이 개혁 시기를 놓쳐 치러야 할 비용은 급속히 불어나고 있다. 빤히 보이는 연금재앙을 정부도 국회도 막을 생각이 없어 보이니 그 무책임이 놀랍고 실망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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