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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회서 멈춘 성장·혁신… 법안 발목잡기 더는 안된다

입력 | 2023-02-10 00:00:00


한국 경제의 새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민생을 챙길 주요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쌓여가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양자컴퓨터 등 첨단기술 분야의 육성을 지원할 법안 상당수가 줄줄이 계류 상태다. 국민을 보호할 안전 확보와 복지 시스템 구축, 전세사기를 비롯한 민생침해범죄 대응 법안의 논의에도 진전이 없다.

첨단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개발(R&D)과 투자, 인재육성 방안을 담은 ‘국가전략기술 육성 특별법’은 별다른 쟁점 법안이 아닌데도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가열되는 시점임에도 한국의 경쟁력을 키울 관련 법안은 입법 단계에서부터 발목이 잡혀 있는 것이다. 외부 투자 유치 시 지분이 감소하는 벤처기업의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한 벤처기업 육성 특별법 등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빌라왕’ 같은 악성 임대인으로부터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주택도시기금법 등 관련법 개정안은 법안심사 소위조차 열리지 않고 있다. 2021년 대형 전세사기 사건을 계기로 발의된 법안들이지만, 최근 유사 사건이 다시 문제가 될 때까지 제자리걸음이었다. 진행이 지지부진한 사이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 규모는 1조 원대를 넘어섰다. 이처럼 법률 재·개정 지연으로 국민의 피해와 고통이 커져 가는 사례가 민생 분야별로 한둘이 아니다.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부딪치거나 쟁점별로 더 따져봐야 하는 법안들의 경우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논의조차 제때 되지 못하는 법안들이 수두룩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공청회 한 번 열기 위해 관계 부처 당국자들이 의원실을 100번 넘게 들락거려야 했다는 증언까지 나온다. 여야 모두 정쟁이나 집안싸움에 매몰된 채 주요 법안의 처리에는 손놓고 있는 게 아닌가.

21대 국회에서 법안이 1000건 넘게 쌓인 상임위원회는 7곳에 달한다. 정부 국정과제 관련 법안도 5건 중 4건은 계류 상태다. 이 중에는 여야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경제 활성화나 민생 안정에 시급한 법안들이 적지 않다. 국회가 기본적인 할 일조차 않는다면 경제 발목잡기이자 직무유기다. 이제라도 우선순위를 따져 경제와 민생법안 논의와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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