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칸딘스키 작품덕에 알려진 ‘제2 안네 프랑크’

입력 | 2023-02-10 03:00:00

칸딘스키 작품 소장 조부 둔 소녀
7세때 가족 잃고 보모 집에 숨어살아
후손들 노력끝에 작품 소유권 되찾아
경매서 칸딘스키 역대 최고가 전망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를 상징하는 안네 프랑크처럼 나치 박해를 피해 숨어 살았던 다른 유대인 소녀 이야기가 러시아 추상미술 거장 바실리 칸딘스키 작품 덕분에 세상에 알려졌다. 영국 BBC방송은 7일(현지 시간) 7세 때 나치에 의해 가족을 잃고 2년 6개월간 보모 집에 숨어 산 유대인 소녀 돌리(사진) 이야기를 소개했다.

BBC에 따르면 다음 달 1일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 칸딘스키 작품 ‘교회가 있는 무르나우 Ⅱ’(1910년)가 오른다. 칸딘스키 작품 역대 최고가인 3500만 파운드(약 533억 원)에 거래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작품은 한때 돌리 조부모가 소장했던 것이다.

독일에 사는 유대인으로 성공한 섬유 사업가였던 돌리 조부모는 에드바르 뭉크, 르누아르 등의 작품을 100점 넘게 수집했다. 칸딘스키 작품은 포츠담 조부모 집 식탁 옆에 걸려 있었다. 돌리가 태어나고 조부가 세상을 떠난 1935년 나치는 본격적으로 유대인을 박해하기 시작했다. 돌리 할머니는 유명 작품들을 넘기면 해외 망명을 보장하겠다는 거짓말에 속아 작품을 모두 빼앗겼고 결국 1943년 돌리 부모와 함께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 가 숨졌다.

가족이 나치에 끌려가기 직전 보모였던 아나에게 맡겨진 돌리는 나치 점령 중이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아나의 집에서 은신 생활을 시작했다. 아나는 돌리에게 자신을 이모라고 부르라고 했다. 누군가 집에 오면 돌리는 마룻장 밑이나 싱크대 아래 찬장에 몸을 숨겼다. 아나의 집은 안네 프랑크가 1942년부터 1944년 잡혀갈 때까지 숨어 살던 집에서 3km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돌리는 1945년 5월 암스테르담이 해방될 때까지 약 2년 6개월을 버텼다. BBC는 돌리가 70대 후반에 숨졌다고 전했다.

바실리 칸딘스키 작품 ‘교회가 있는 무르나우 Ⅱ’. 소더비 웹사이트 캡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잃어버린 작품들을 되찾으려 애쓰던 돌리 친척들은 2013년 ‘교회가 있는 무르나우 Ⅱ’를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의 한 박물관이 1951년부터 소장 중이라는 것을 알았다. 작품 뒷면에 돌리 할아버지 필체의 ‘Landschaft’(풍경)라는 단어도 적혀 있었다. 이후 갖은 노력 끝에 돌리 후손들은 작품 소유권을 되찾았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