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열풍에 과학계 찬반 엇갈려
인공지능 챗봇 ‘챗GPT’를 과학계에서 활용하는 문제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오픈AI의 인공지능(AI) 대화형 챗봇 ‘챗GPT’가 열풍을 일으키며 과학계에서 챗GPT 활용 범위와 허용 여부를 두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브레인스토밍, 실험 디자인 등에 챗GPT를 활용하면 연구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의견과 과학 연구의 핵심인 정확성을 담보하기 어려워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반론이 맞부딪히고 있다.
챗GPT의 작문 능력이 입증되며 이를 과학 논문 작성 등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사이언스’와 ‘네이처’ 등 국제학술지들은 챗GPT로 작성된 논문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하며 이 같은 논란에 불을 댕겼다.
●훌륭한 비서 vs 가짜 생성기… 논박 이어져
챗GPT는 오픈AI가 출시한 챗봇 GPT의 세 번째 버전이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뒤 과학계에서는 연구자들이 연구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왔다. 특히 실험을 설계하는 단계에서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데 강점이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과학 연구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통해 이를 입증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챗GPT를 활용해 얻은 정보 역시 실험을 설계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로 활용된다는 의미다. 연구를 돕는 비서로서 챗GPT를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챗GPT가 제시하는 데이터나 가설에 대한 정확도를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챗GPT가 활용하는 데이터베이스는 저명한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에서 따온 것일 수도 있지만 돈만 내면 논문을 실을 수 있는 ‘약탈적 학술지’나 심지어 블로그에 게재된 확인되지 않은 정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챗GPT, 논문 저자로? 네이처·사이언스“안 돼”
작문 능력에 탁월한 챗GPT는 연구 논문의 저자 자리도 위협하고 있다. 챗GPT는 지난해 12월 의학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게재된 ‘미국 의사 면허 시험에서 AI의 성능 연구’ 논문의 공저자 12명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엘스비어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실전 간호 교육’에도 시오반 오코너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와 함께 챗GPT가 저자로 등재됐다.
챗GPT가 학술지에 실릴 정도의 완성도 높은 글을 만들어내 저자로서 역량을 갖췄다는 분석이 이어지며 학계에서는 챗GPT를 논문 저자로 인정하는 문제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적인 학술지들은 도구로서의 챗GPT 가치를 인정하지만 논문 저자 자격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네이처 등 약 3000개의 학술지를 발간하는 ‘스프링거네이처’는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사설을 통해 “네이처는 대규모 언어 모델을 연구 논문의 저자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저자로서가 아니라) AI 연구에 대형 언어 모델(LLM)을 사용한 경우에도 저자는 이를 반드시 표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생명과학 및 의학 분야의 저명한 학술지인 셀과 랜싯을 출판하는 엘스비어그룹도 같은 의견을 냈다. 앤드루 데이비스 엘스비어 부사장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연구 논문의 가독성과 언어를 개선하기 위해 AI 도구를 사용할 수 있지만 데이터 해석이나 과학적 결론 도출같이 저자가 수행해야 하는 주요 작업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아예 챗GPT를 활용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홀던 소프 사이언스 편집장은 “챗GPT가 저자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통해 제작된 텍스트, 그림, 이미지, 그래픽을 논문에 넣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영애 동아사이언스 기자 ya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