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충격파] IT업계, AI중심 사업 재편 가속 美 빅테크 공세에 대응 서둘러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미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가 경쟁적으로 고도화한 인공지능(AI) 기술을 선보이며 국내 기업들의 대응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AI가 검색을 넘어 게임, 통신 등 모든 디지털 서비스의 미래 성공을 좌우할 핵심 기술로 떠오르며 시장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게임 개발사 엔씨소프트는 9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AI 대형 언어모델로 게임 이야기와 캐릭터를 창작하는 게 회사의 중요한 목표”라고 밝혔다. 게임 기획, 개발 과정에서 인간의 창의력이 필요한 서사와 캐릭터 구축 영역까지 AI 기술을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AI로 게임의 줄거리를 만드는 기술은 이미 완성돼 있다. 미국 오픈AI가 개발한 ‘챗GPT’는 시와 소설, 에세이를 작성하는 능력으로 화제를 모았다. 오픈AI의 ‘달리(DALL·E)’는 간단한 단어만 입력해도 이용자가 원하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준다.
영어 위주 챗GPT 빈틈 공략… KT-네이버 ‘한국형’ 내놓는다
국내 기업도 AI전쟁
네이버 ‘서치GPT’ 한국어 기반
KT의 ‘믿음’ 2000억개 변수 학습
대규모 비용 예상에도 속속 가세
막대한 비용 지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AI 사업 확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정보기술(IT) 업계는 기업 간 AI 경쟁이 단순히 MS와 구글의 챗봇(무인 대화 서비스) 중심의 인터넷 검색시장 경쟁에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게임과 통신, 각종 디지털 서비스에 고도화한 AI 기술·서비스 접목이 가시화하며 앞선 기술력을 확보한 기업들이 미래 IT 시장을 선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딥러닝(심층연구)은 이제 연구실에서 이야기하는 기술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과 업무를 바꾸는 수준이 됐다”며 “AI를 활용해 게임을 더 효율적으로 제작하고 이용자들이 즐겁게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 MS 등 빅테크가 챗봇 기반의 AI 검색 서비스를 시작으로 AI 시장의 재편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의 현실은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MS와 구글은 대형 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이용자가 대화하듯이 자연스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챗봇 기반의 검색 서비스를 공개할 수준의 기술력을 선보이고 있다. 10년째 MS를 이끌고 있는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미 2016년 “(디지털 기기와 사람 사이의) 모든 상호 작용에 AI가 침투할 것”이라며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국내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은 수년 전부터 AI 기술 개발을 추진하다가 챗GPT 열풍으로 AI 기술의 대중화가 이뤄지자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일반 이용자들도 접근 가능한 서비스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자체 대형 언어모델을 보유한 KT와 네이버 등은 구체적인 AI 서비스 상용화 계획도 공개한 상태다. KT는 9일 “초거대 AI ‘믿음’을 상반기(1∼6월) 중 상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믿음의 존재를 처음 공개한 KT가 초거대 AI의 상용화 시점을 정확히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T의 믿음은 2000억 개의 매개 변수로 학습될 예정이다.
네이버도 기존 검색 서비스를 개선한 ‘서치 GPT’를 상반기 중 선보일 예정이다. 네이버는 자체 초거대 AI인 ‘하이퍼클로바’를 2021년 출시한 뒤 한국어 기반의 뉴스, 블로그로 학습시켜 왔다.
자체 대형 언어모델을 보유하지 못한 국내 기업은 외부 기업의 기술을 빌려 오는 방식으로 AI 사업을 고도화할 수밖에 없다. SK텔레콤은 기존 무인 AI 비서 서비스인 ‘에이닷’을 챗봇 수준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챗GPT를 보유한 오픈AI 등 외부 기업과 협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술 제휴를 통해 이용자가 대화하듯이 이용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업계 고위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국내 ICT, 벤처 기업은 AI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대규모 비용을 지출해야 할 수밖에 없어 갈수록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