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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평수와 풍수 경쟁력은 반비례? [안영배의 웰빙풍수]

입력 | 2023-02-13 12:00:00


설날 연휴에 경기 용인시에 있는 친지 집을 방문했다. 친지는 실내 전용 넓이만 198㎡(60평)가 넘는 대형 타운하우스에서 살고 있었다. 1층의 거실 천장이 2층까지 뻥 뚫린 복층형 구조로 서구식 건축 양식이 돋보이는 집이었다. 그런데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벽난로가 새로 설치돼 있었다. 실내 구조가 한층 더 이국적으로 보였다.

집 주인이 벽난로를 설치한 데는 사연이 있었다. 주인은 “난방용 가스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이 나와 벽난로를 설치하게 됐다”고 말했다. 비용을 다소 들여 벽난로를 설치했을 경우 도시 가스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보다 장기적으로는 더 경제적이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한다. 실제로 벽난로를 설치한 후 겨울철 가스비가 이전보다 줄어들었다. 그래도 평균 50만원 정도가 나온다고 한다.

가스비 절약을 위해  전원주택이나 타운하우스에서 설치하는 벽난로. 

1, 2층을 합쳐 널찍한 방만 6개에 이르는 이 집에 사는 식구는 단 3명. 부부와 대학생 아들이 살기엔 집이 너무 커보였다. 텅 빈 공간이 유난히도 을씨년스러워 보일 정도다. 요즘 같은 고물가 사회에서 이처럼 넓은 집에서 사는 데는 전기료, 가스비 같은 경제적 부담도 작지 않거니와 풍수적으로도 바람직스럽지 않아 보였다.
○  큰 집에 살면 ‘치이는’ 이유 
고대광실(高臺廣室) 같은 이 집을 보면 ‘여씨춘추’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 집권기인 BC 239년에 집필된 ‘여씨춘추’에는 이렇게 씌어 있다.

“실내 공간이 넓으면 음기가 많아지고(室大則多陰), 건물 키가 높으면 양기가 많아진다(臺高則多陽). 음기가 많아지면 각기병에 걸리고, 양기가 많아지면 중풍에 걸려 잘 걸어 다니지 못한다. 이것은 음기와 양기를 적절히 조절하지 못해 생기는 병이다. 그래서 옛날 훌륭한 왕들은 넓은 실내에 거처하지 않았고, 높은 대를 짓지도 않았다.”

이를 동양 음양론으로 풀어보자. 실내 공간에서 수평(가로X세로)으로 펼쳐지는 공간은 정적(靜的)으로 보아 음이라고 하고, 수직(위X아래)으로 펼쳐지는 공간은 동적(動的)으로 보아 양이라고 한다. 음과 양 어느 한쪽이라도 기운이 지나치면 인체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게 ‘여씨춘추’의 논리다.

이로 보면 용인 친지의 집은 식구 수에 비해 음(수평)으로나 양(수직)으로나 너무 지나치다고 할 수 있다. 공간의 기운이 너무 세서 사는 사람이 부대낄 수 있었다. 이미 이 집 식구들에서 건강상 문제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기도 했다. 실제로 천장이 엄청 높거나 아득히 넓은 공간에 홀로 들어선 순간 왠지 위축되거나 겁을 먹게 되는 경험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이는 지나친 음기 혹은 양기에 몸이 잠시 적응하지 못해 생기는 일반적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여씨춘추’는 적절한 건축 규모를 강조한다. 훌륭한 임금, 즉 지혜로운 사람은 정원, 과수원, 연못 등을 조성할 때도 관상(觀賞)하기 좋을 정도만큼만 적당한 규모로 짓는다고 소개한다. 그러면서 ‘여씨춘추’는 왕이 검소함을 좋아하고 낭비를 싫어해서 이렇게 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몸과 거처를 적절히 조화시켜 본성(本性)을 잘 다스림으로써 평안과 장수의 삶을 누리기 위한 목적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여씨춘추’는 권력과 부를 다 거머쥔 왕들조차 이처럼 현실적인 계산에 의해 적절한 집을 짓는 판인데, 하물며 일반 사람들은 지키는 게 좋을 것이라고 훈계한다.

대체로 풍수학자들도 집이 무조건 넓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아파트를 예로 들면, 한 사람당 20㎡(6평) 정도의 넓이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본다. 4명 가족으로 환산하면 전용면적 80㎡(24평) 정도가 적절한 규모라는 것. 또 집에 빈 방이 생길 경우 그대로 놓아두기보다 옷방 등으로 만들어 수시로 식구가 드나들도록 하거나 방문을 열어놓음으로써 사람의 기와 실내의 기가 서로 통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이처럼 양택(집) 풍수론은 사람과 집의 기운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편안히 지낼 수 있다고 본다. 도시에서 탈출해 넉넉한 공간에서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들도 이런 점은 유의해 두는 게 좋다. 무턱대고 집을 넓게 짓기보다는 식구 수에 맞춰 적절하게 실내 공간을 확보하는 대신, 마당이나 뜰을 넉넉하게 사용하는 것이 풍수적으로 길한 배치라고 할 수 있다.

생기가 있는 곳에서는 식물도 잘 자란다.

한편 음양이 조화로운 터는 겨울에는 훈훈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고, 여름에는 창문을 열었을 때 상쾌하면서도 시원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음양의 조화로 기온이 일정하게 유지돼 일어나는 현상이다. 눈이 많이 쌓이는 겨울철 명당 터에 조성된 묘지에서는 주변에 비해 눈이 바로 녹아내리는 현상을 보이는 것도 이와 연관된다.

내가 사는 집이 조화로운 기운을 갖췄는지, 아닌지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풍수학의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는 ‘금낭경’에서는 “온전한 기운이 있는 땅은 초목이 울창하고 무성하다”고 했다. 그러니까 초목이 잘 자라는 환경은 좋은 땅이며, 그런 곳은 음양의 조화를 이뤄 생기(生氣)가 왕성한 공간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실험을 통해서도 확인해볼 수 있다. 시장에서 파는 똑같은 크기의 양파 2개를 사와 각각 유리컵에 담은 뒤 같은 실내 공간에서 위치만 서로 달리해 3주간에 걸쳐 생장 속도를 비교 측정해보는 실험이다. 한 양파는 햇빛이 잘 드는 침실쪽 남향 자리이긴 하나 수맥파 같은 살기가 있는 자리이고, 다른 양파는 부엌 쪽 거실로 햇빛이 잘 들지 못해 침실보다 평균 온도가 낮으나 생기가 형성된 곳이다. 다른 환경적 조건은 모두 동일한 가운데 결과는 어떠했을까. 양지바른 침실이지만 살기가 있는 곳에서 키운 양파보다 어둑한 거실이지만 생기가 있는 곳에서 키운 양파가 키가 확연한 차이가 날 정도로 잘 자란 것으로 나타났다.

명당 기운을 갖춘 집에서는 사람뿐만 화초도 잘 자라고 꽃도 잘 핀다는 게 풍수학자들의 이야기다. 내가 사는 집은 과연 어떠할까.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풍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