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시작 2: 분당 일산에 건축 규제 화이트 존 조성 추진 3: 5개 신도시와 서울 개포 목동 등 수혜 가능성 4: 2025년 우선 사업 추진 목표이나 변수 많아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말 홍수를 이룬 부동산 정보 가운데 알짜를 찾아내 그 의미와 활용방안 등을 정리해드리겠습니다. “100만 채나 200만 채처럼 딱 떨어져야지 어중간하게 150만 채가 뭡니까.” 지난 2021년 별세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이 한마디는 분당 일산 등 수도권 1기 신도시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잘 알려진 대로 1기 신도시를 포함한 주택 200만 채 공급은 노 전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한 대선공약이자 핵심 국정과제였습니다. 여당(민정당) 후보 시절 노 전 대통령은 선거캠프에서 당시 건설부(현 국토교통부) 출신 참모가 150만 채 공급 계획을 아이디어로 제시하자 수치를 200만 채로 늘릴 것을 주문한 뒤 대선공약으로 결정합니다.
200만 채는 당시 서울시내 전체 주택수와 맞먹는 규모였습니다. 따라서 1988~1992년까지 5년 간 이 정도 주택을 짓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1980년대 중반까지 25만 채 수준이었던 연간 주택공급 실적을 감안할 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수도권 1기 신도시 가운데 제일 먼적이 넓고, 신도시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분당신도시의 전경. 동아일보DB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이자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국토부는 이를 수행하기 위해 새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5월부터 ‘1기 신도시 정비 민관합동 태스크 포스’를 꾸렸고, 7차례에 걸쳐 전체회의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7일 발표된 것입니다. 이름은 ‘특별법’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담기보다는 기본 얼개에 가깝습니다. 국토부는 2월 중에는 국회 협의 등의 절차를 거쳐 구체적인 법령안을 발의할 계획입니다.
또 9일에는 5개 신도시가 위치한 지방자치단체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조속한 특별법 제정과 후속조치 추진 등”을 결의했습니다. 국토부와 5개 지자체장의 이날 바람대로라면 2025년까지는 특별법에 따른 정비구역이 일부 선보일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이런 이유로 사업일정이 정부의 기대대로 흘러갈지 여부는 미지수입니다. 무엇보다 5개 신도시별로 처한 상황이 다른데서 나타나는 미묘한 입장차가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2026년에 예정된 지자체장 선거와 2027년 대선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특별법의 주요 내용과 특별법이 시행될 경우 예상되는 수혜지역, 투자 타이밍 결정에 핵심변수가 될 사업일정 등을 짚어봤습니다.
● 분당 일산 신도시 용적률 건폐율 등 규제 대폭 완화
우선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재건축 안전진단 요건이 완화되거나 면제됩니다. 다만 면제는 자족기능 향상이나 대규모 기반시설 확충 등을 통해 공공성을 확보하는 경우로 제한됩니다. 세부적인 요건은 앞으로 만들어질 시행령이나 대통령령 등을 통해 정해집니다.
주택을 많이 지을 수 있도록 용적률 건폐율 등도 완화됩니다. 2종 전용주거지역을 3종이나 준주거지역으로 바꿔주는 방안이 유력합니다. 만약 2종에서 준주거로 바뀌면 건폐율(50%→70%)과 용적률( 100% 이상~150% 이하→200% 이하~500% 이하)이 모두 크게 올라갑니다.
특별정비구역에서 리모델링을 한다면 현재 기존 주택 수의 15% 이내에서 늘리게 돼 있는 규제도 완화됩니다. 증가 세대수의 구체적 범위는 시행령에서 정해질 예정이지만, 국토부 내부적으로 20% 정도를 검토 중입니다.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인허가도 원-스톱으로 처리됩니다. 재건축 등 재정비 과정에서 건축법 경관법 등 각종 법령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인허가 과정을 통합 심의 처리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각 지자체에는 통합심의위원회가 구성될 예정입니다.
사업자가 재정비를 위해 진행하는 기본계획 수립과정 등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도 국가나 지자체가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됩니다. 또 민간에서 광역 단위로 사업을 주도하기 어려울 수 있는 점을 감안해 시장 군수가 사업자를 지정하거나, 전체 사업을 관리 지원할 ‘총괄사업관리자’를 두는 방안도 도입됩니다.
5개 신도시 재건축 등 재정비에서 가장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가 이주대책입니다. 30만 채에 가까운 주택이 동시다발적으로 재정비에 나설 경우 막대한 이주수요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특별법에서는 이주대책을 개별사업자가 아니라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책임지도록 했습니다.
5개 신도시가 마구잡이로 재정비에 나설 경우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됩니다. 정부도 이를 우려해 특별정비구역 지정을 위해 국토부가 수립하는 기본방침과 이에 맞춰 지자체가 수립하는 기본계획의 요구조건을 맞추도록 요구할 방침입니다. 이른바 ‘선 계획 후 지정’입니다.
기본방침에는 노후도시계획 정비의 목표와 기본방향, 기본전략, 기반시설 확보와 이주대책 수립, 선도지구 지정 원칙, 도시재창조 사업 유형 등이 담깁니다. 기본계획은 노후계획도시를 대상으로 정해지는 특별정비구역과 신도지구 지정계획과 기반시설 확충 등에 따른 세부 계획 등이 주요 내용입니다.
또 관할지역 도지사의 승인도 받아야 하며, 도 지사는 승인 과정에서 국토부 장관과 사전에 협의해야 합니다. 별도의 심의기구도 마련됩니다. 국토부에 ‘노후계획도시정비특별위원회’, 지자체에 ‘지방노후계획도시정비위원회’(이하 ‘지방위원회’)가 각각 설치됩니다.
● 1기 신도시와 수도권 주요 택지지구 우선 혜택
1기 신도시 특별법으로 불리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수혜가 기대되는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전경. 동아일보 DB
앞서 언급한대로 특별법은 1기 신도시 재건축 등 재정비를 위한 법입니다. 하지만 신도시에만 특별법을 적용한다면 특혜 시비와 지역 차별 논란이 불가피합니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의 불만이 폭발할 수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택지개발촉진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택지지구가 추가된 것입니다.
특별정비구역 조건은 100만㎡ 이상 규모의 택지지구 가운데 조성된 지 20년이 넘은 곳입니다.
면적 기준인 100만㎡는 수도권지역의 행정 동에 해당합니다. 인구 2만 5000명을 수용할 주택 1만 채 정도가 들어선 규모입니다. 도시 단위의 광역적인 정비사업을 벌일 때 요구되는 최소 기준이기도 합니다.
다만 면적기준은 단일 택지뿐만 아니라 인접하거나 연접한 2개 이상의 택지를 합친 경우와 택지와 동일한 생활권으로 묶인 연접 노후 구도심 등을 합친 경우에도 적용됩니다. 이에 따라 비수도권 중소도시 원도심도 상당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준연령을 통상적인 시설물 노후 기준인 30년이 아닌 20년으로 낮춘 것은 도시가 노후화되기 이전에 체계적인 대응이 가능하게 하자는 취지입니다. 즉 30년이 되기 전부터 특별정비구역 지정에 필요한 사전작업을 추진하라는 겁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러한 조건을 갖춘 택지지구가 5개 신도시를 포함해 전국에 49곳 정도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계산한 결과입니다. 추가될 지역이 속출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당장 5년 뒤인 2027년까지 이런 조건을 갖춘 택지지구는 부산 인천 광주 대전 경기 충북 등 전국에 10곳이나 됩니다.
국토부가 제시한 49개 지역만 보면 수도권 지역에서 수혜를 기대할 만한 곳이 적잖습니다. 우선 서울에선 강남구 개포동과 수서동, 강동구 고덕동, 양천구 목동, 노원구 상계·중계·하계동, 중랑구 신내동 일대 등이 유력합니다.
인천에선 남동구(구월지구)와 연수구(연수지구), 계양구(계양지구_ 등이 해당됩니다. 경기에서는 5개 신도시 이외에 안양시 포일지구, 광명시 철산·하안, 수원시 영통지구, 고양시 화정·능곡지구 등도 조건을 갖췄습니다.
이 지역들은 대부분 도시철도 등 교통망이 잘 갖춰져 있는 등 기반 시설이 양호합니다. 또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용적률 완화와 용도지역 변경이 가능해지고, 철도 역세권 주변이 고밀·복합개발되면 토지효용이 높아지는 등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 2026년 지자체장 선거, 2027년 대선 등 걸림돌 우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에서 3번째)과 5개 신도시가 위치한 지자체장들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모여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과 관련한 간담회를 가진 뒤 기념촬영에 나섰다. 국토교통부 제공
이번 특별법은 내년 총선을 염두엔 작품이라는 분석이 적잖습니다.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다수 의석 확보가 필요한 여당으로서는 필승의 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수성을 해야 하는 야당으로서는 정부 안을 그대로 수용하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특별법의 최대 수혜대상인 수도권 5개 신도시가 위치한 지자체 간의 이해관계가 조금씩 다른 것도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9일 열린 국토부 장관과 5개 지자체장 간담회에서도 확인됩니다.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특별법에 따른 특별정비구역 지정 등 후속조치를 최대한 속도감 있게 추진하자”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를 위해 내년 중에 1기 신도시를 대상으로 하는 기본방침(국토부)과 기본계획(지자체)을 동시에 수립하기로 했습니다. 또 2025년에는 특별정비구역과 우선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할 선도구역을 지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시행령 등 후속조치와 관련해선 “과도한 공공기여(용적률 인센티브에 따른 기부채납 등)로 사업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없도록 주민·업계 등 다양한 의견수렴과 함께 충분한 시뮬레이션을 거쳐 적정 수준을 시행령에 제시하기로 했다”고 합의하는 데 그쳤습니다.
문제는 사업성 판단과 관련해 5곳이 큰 입장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우선 개발이익의 핵심인 용적률에서 큰 격차가 있습니다. 일산(169%)이나 분당(184%)과 달리 중동(226%), 산본(205%), 평촌(204%)은 모두 200%를 넘습니다.
게다가 녹지나 농지 등으로 묶여 있던 곳을 개발한 분당이나 일산 등은 빈터를 이용해 비교적 넉넉한 밀도로 도시를 조성했습니다. 반면 중동, 평촌, 산본은 기존 시가지 주변에 신시가지 형태로 신도시를 조성하는 바람에 넓지 않은 부지에 고밀도로 개발됐습니다. 용적률을 높여 재건축 등을 추진하더라도 늘어나는 주거시설에 맞는 생활 인프라를 추가로 설치할 용지 확보가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 분당이 위치한 성남시는 “다른 1기 신도시와 다르게 서울공항으로 인해 고도제한을 적용받고 있어, 용적률 상향에도 고층주택 건축이 어렵다”며 고도제한 완화 등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중동신도시를 품고 있는 부천시도 “대규모 이주단지 조성을 위한 유휴부지와 임대주택 확보가 어렵다”며 부천시에 조성될 예정인 3기 수도권 신도시인 대장신도시에 들어설 임대주택을 사용할 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2026년 지자체장 선거나 2027년 대선도 변수입니다. 특별법이나 후속조치가 제대로 시행되기도 전에 득표 전략을 앞세운 각종 민원들로 손질이 가해질 수 있습니다. 표를 의식해 시범사업지구 선정 요구가 봇물을 이룰 경우 사업 본격화에 따른 부동산시장 과열 등 부작용을 우려한 속도조절론이 대두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런 경우 사업은 지지부진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