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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미혼부모 출생신고 허용… 이스라엘, 대리출산비 지원[글로벌 포커스]

입력 | 2023-02-11 03:00:00

“인구절벽 막아라” 각국 출산율 높이기 안간힘
각종 아이디어 쏟아내는 국가들
한국, 합계출산율 0.75명 최저치




《세계 각국 ‘인구절벽 탈출’ 해법은



미혼 남녀 매칭부터 동거 커플의 가족 인정까지 세계 주요 국가들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갖은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최근 15년간 155조 원을 투입하고도 출산율 ‘세계 꼴찌’를 면치 못하는 한국이 벤치마킹할 대목이 있는지 살펴봤다.》




#1.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가운데 부동의 출산율 1위 이스라엘은 난임 또는 불임 여성의 치료 비용이나 대리출산 비용을 정부가 전액 지원한다.

#2. 1980년대부터 저출산 정책을 펴온 싱가포르는 정부가 직접 미혼 남녀의 만남을 돕는 온라인 사이트 SDN(Social Development Network)을 운영하며 결혼을 장려하고 있다.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한국·1971년)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중국·1979년)…. 인구 억제를 위한 이 같은 정부 구호는 이제 주요국에서는 역사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말이 됐다.

세계 1위의 ‘인구대국’으로서 위용을 과시하던 중국에서는 인구 감소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낮은 출산율 등으로 군인이 부족해 지난해 말 예비군 30만 명을 긴급 징집한다고 발표했다. 한국도 중앙·지방정부 할 것 없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나서고 있고, 10년 넘게 150조 원을 쏟아부었지만 신생아 울음소리는 계속 잦아들고 있다.

인구가 국력의 중요한 축을 차지하지만 세계 주요국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나라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내놓으며 인구를 불리려 애쓰고 있다. 아동수당 지급, 육아휴직 확대는 기본이고 자녀 수에 따라 세금을 깎아주거나 미혼 부모 혜택을 늘리는 등 갖은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인구 증가가 절체절명의 국가 목표로 등장한 세상을 들여다봤다.
●인도에 ‘1위 인구대국’ 내주는 中

유엔인구기금(UNFPA)이 지난해 7월 펴낸 ‘2022년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는 중국(14억4850만 명)이다. 그러나 중국의 합계출산율(여성이 가임기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 수)은 2016년 1.7명에서 5년 만인 2021년 1.15명으로 떨어졌고, 지난해 61년 만에 처음으로 인구가 줄었다.

인구가 줄면서 경제 성장도 둔화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3일 발표한 ‘중국 경제 전망 연간 보고서’에서 “인구 감소, 생산성 증가 둔화 같은 심각한 경제적 도전에 직면했다”며 “경제성장률이 올해 5.2%에서 매년 낮아져 2027년 4% 미만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를 낳는 것은 가족 일이자 국가 일’이라는 기사를 관영 매체 런민일보가 해외판에 실은 것이 2018년 8월이다. 아이를 낳는 것이 애국이라는 의미다. 5년 전, 출산을 기피하는 사회 현상의 심각성을 깨달은 중국 정부는 이후 각종 대책을 내놨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자 최근에는 그동안 금지하던 미혼모 자녀 출생신고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인구 8300만 명인 쓰촨성 정부는 15일부터 아이를 낳은 미혼 부모의 출생신고를 허용하고 육아휴직, 의료 보장 등 기존 부부와 동등한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1979년 시작된 ‘1가구 1자녀’ 산아 제한 정책도 완전히 폐지해 쓰촨성 주민은 원하는 만큼 아이를 낳고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됐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사회가 더 포용적인 인구 정책을 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반면 세계 2위 인구대국 인도(14억660만 명)는 인구가 계속 늘고 있다. 2021년 합계출산율이 2.0명으로, 중국(1.15명)에 비해서 70% 이상 많다. 유엔은 인도가 올해 중국을 제치고 세계 인구 1위 국가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인구 증가세는 경제 성장세와 같이 간다. IMF가 전망한 올해 인도 경제성장률은 6.1%로 중국보다 높다. 대형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세계 국내총생산(GDP) 6위인 인도가 이런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2030년 일본 독일을 누르고 세계 3위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양한 가족’ 인정과 육아휴직이 핵심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지난달 30일 의회 개회식에서 “차원이 다른 저출산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힐 만큼 일본의 저출산 문제도 심각하다.

6월 발표될 저출산 대책에는 젊은이를 위한 과감한 주택 지원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집권 자민당 정책조정회장은 “공영주택과 민간 빈집을 활용한 주택 거주 우선권을 육아에 전념해야 할 세대에 주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일 “젊은 육아 가구에 임대주택 수당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자녀 수만큼 세금을 깎아주는 ‘N분(分) N승(承)’ 방식 세금 감면 제도도 활발히 논의 중이다. 1946년 프랑스에서 최초로 시작한 이 제도는 가족 합산소득을 가족 수만큼 나눠 과세표준을 정하고 다시 가족 수만큼 곱해 세금을 내도록 한다. 일반적으로 소득세는 과세표준이 작을수록 세율이 낮아지기 때문에 자녀가 많으면 세금을 덜 낼 수 있다.

일본은 1990년대 본격적으로 저출산 문제를 국가 의제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1989년 합계출산율이 1.57명까지 떨어진 것이 계기였다. 1994년 일본 정부는 보육·육아 기본 정책 ‘에인절 플랜’을 발표해 출산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고 남성의 가사 분담을 장려하며 탁아시설 및 아동수당 확대, 육아휴직 적극 활용을 모색했다.

프랑스는 1990년대 중반 1.73명까지 떨어졌던 합계출산율이 2010년 2명대로 회복했다. 프랑스 출산장려책의 핵심은 직접 지원이다. 1980년대 세 자녀 이상 가정에 가족수당을 직접 지원한 이후 현재는 자녀가 둘 이상인 집은 아이들이 20세 되는 해까지 가족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프랑스 인구 2명 중 1명은 가족수당을 받는다.

다양한 가족 형태를 제도적으로 인정한 것도 출산율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프랑스는 1999년부터 동거 가구 권리를 보장하는 시민연대협약(PACS)을 도입해 결혼하지 않아도 소득세와 부채, 사회보장 급여, 휴가 등에서 결혼 가족과 동등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스웨덴은 가족 중심 출산 정책과 일·육아 병행 제도 활성화를 통해 출산율 반등에 성공했다. 1974년 세계 최초로 여성과 남성 모두 6개월간의 유급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 스웨덴은 현재 480일까지 유급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390일간은 월급의 약 80%를 정부에서 받는다. 유급 육아휴직 480일 중 90일은 반드시 아빠가 사용해야 한다. 사용하지 않으면 90일은 그냥 사라진다. 육아휴직 제도와 같이 도입된 VAB(Vard av barn·아픈 아이 돌보기) 제도는 만 12세 이하 아이가 아프면 부모 중 누구나 집에서 아이를 돌볼 수 있게 한다. 아이 한 명당 한 해 60∼120일 사용할 수 있다. 이 기간 월급의 약 80%까지는 정부가 지급한다.
●韓, 저출산 대책에 155조 원 투입했지만…
한국도 2000년대 중반부터 저출산 대책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지만 결과는 썩 좋지 않다.

2000년 한국 합계출산율은 1.48명으로 일본(1.37명)보다 높았지만 이후 급속히 하락해 2018년에는 1명 밑으로 내려간 0.98명이었다. 2019년 세계은행 조사 결과 세계 200개국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꼴찌였고 2021년 0.81명, 지난해 2분기(4∼6월) 0.75명으로 더 떨어졌다. 미국 CNN방송은 지난달 “한국은 세계 최저 합계출산율 기록을 또 경신했다. 인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2.1명에 훨씬 못 미친다”고 보도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한국은 2006년부터 2020년까지 저출산 대책에 모두 155조6000여억 원을 투입했다. 5년 단위 예산 규모도 8조9000억 원(2006∼2010년)에서 28조 원(2011∼2015년), 118조7000억 원(2016∼2020년)으로 점점 커졌다. 하지만 신생아 수는 2000년 64만 명에서 2021년 26만 명으로 60% 급락했다. 한국은 신생아 수가 사망자 수보다 적은 데드크로스 현상이 나타나며 2021년 인구 감소 국가가 됐다.

예산정책처는 “(10년간 쓰인 155조 원 내에는) 저출산 대책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이 있고, 관련 없는 예산까지 저출산 예산에 포함된 경우가 있었다”며 “사업이 연도별로 달라져 연속성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는 저출산 대책을 양육·보육 지원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기조 아래 1월부터 부모급여를 신설해 만 1세 미만 아기를 키우는 가정에 월 70만 원, 만 1세 가정에는 월 35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2024년에는 각각 100만 원, 50만 원으로 올린다. 현재 1년인 법정 육아휴직 기간은 1년 6개월로 늘릴 방침이다. 어린이집 시간제 보육을 통합 운영해 서비스 이용률을 높이고, 아이돌봄 서비스도 제공 시간과 대상 가구를 늘린다.

다만 현금 지원이 만 0, 1세에 편중되는 등 사각지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을 주도하는 정치권의 관심도 저조하다. 저출산 대책 컨트롤타워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최근 국민의힘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국면에서 부위원장이던 나경원 전 의원이 해임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기구이지만 설립 이후 저출산위로 정치권과 온 국민의 이목이 쏠린 최초의 계기였다”고 자조적으로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11월 ‘장기 경제성장률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2050년 경제 성장이 멈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 인구 추계에 따르면 2020년 72.1%인 생산연령인구(15∼64세) 비중은 2050년 51.1%로 줄어들고 65세 이상 인구는 15.7%에서 40.1%로 늘어난다. 일할 수 있는 인구가 줄어들어 성장률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韓 아이 키우기, 어떤 선진국보다 비싸”

해외에서는 높은 집값 및 사교육비, 육아휴직을 쓰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 여성 ‘독박 육아’ 부담을 한국의 저출산 원인으로 꼽고 있다.

미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9월 전 세계 출산율 꼴찌인 한국을 다룬 기사에서 한국 가정의 평균 자녀 교육비는 연간 약 840만 원으로 “한국에서 자녀를 키운다는 것은 그 어떤 선진국보다 비싸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해 12월 “현재 한국 인구 절반이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개인 자유를 우선시하는 여성들은 결혼을 의도적으로 배제한다”면서 “전통적으로 여성은 직장인 대신 전업주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막대한 돈을 퍼부으면서도 혼외 출산에는 부정적인 한국 분위기를 지적하기도 한다. 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2021년 “한국 사회 구조상 여성에게 결혼은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다”라며 프랑스 미국 스웨덴처럼 비혼(非婚)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사회적 제도를 마련하라고 제안했다. 프랑스 혼외 출산율은 1994년 37.2%에서 2021년 62.2%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 혼외 출산율은 2.9%로 OECD 최저 수준이다.

페이니언 첸 미 존스홉킨스대 사회학과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에 “한부모 가정이 직면하는 사회, 경제적 부담이 완화되지 않는다면 출산율 증가는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