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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103세 철학자가 걸어온 신앙 여정

입력 | 2023-02-11 03:00:00

◇그리스도인으로 백년을/김형석 지음/292쪽·1만8000원·두란노




‘103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어린 시절 “죽음을 무서워하기보다 운명으로 느꼈다”고 한다. 여전히 집필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가는 저자이지만 병약한 몸으로 하루하루를 근근이 버텨냈던 유소년기의 기억이 선명하다.

미래를 쉽게 장담할 수 없었던 어린 시절의 건강 상태는 저자가 신앙의 문으로 들어서는 한 배경이 됐다. 그는 열네 살 때 윤인구 목사(부산대 설립자·연세대 3대 총장)의 설교를 듣고 이렇게 기도했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건강을 허락해 주시면, 내 일보다 하나님의 일을 하겠습니다.”

신앙인으로 살아온 여정을 기록한 이번 책에도 100년 넘는 세월을 산 철학자가 체득한 깨달음이 녹아 있다. 저자는 “인간다운 삶의 진리가 곧 복음”이라 여긴다. 그는 자신이 겪은 다양한 일화를 통해 진정한 삶의 가치를 전하고자 한다.

늙었다는 핑계로 ‘인생의 마라톤’을 중단하는 과오를 범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가 와닿는다. 그는 일생에서 자신이 젊은 시절 못지않게 많은 일을 한 기간으로 98세 이후 4, 5년을 꼽는다. 노년의 시간을 풍요롭게 채울 수 있었던 그의 비결은 용기와 신념이었다. 인간애의 중요성도 환기시킨다. 저자는 “중요한 것은 기독교의 교리와 교권이 아닌 인간애의 진리”라고 강조한다. 정치적 노선에 따라 인권에 대해 다른 태도를 보이는 이들은 따끔하게 비판한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